[뉴욕&뉴요커]굿바이, 타임스스퀘어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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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미국 뉴욕.

이곳을 상징하는 명물들이 최근 잇달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퇴출될 운명이어서 뉴요커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는 뉴욕에서도 가장 화려한 곳으로 꼽히는 장소. 이곳은 한때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밤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 ‘전기 세대’를 상징하던 네온사인들은 ‘전자 시대’의 비디오물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런데 과거 맨해튼에서 네온사인 제작 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아트크래프트 스트라우스가 18일 필라델피아에서 과거 타임스스퀘어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광고판에 대한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매에 부쳐질 73개 작품 중에는 1962년판 뮤지컬인 ‘사운드 오브 뮤직’의 네온사인과 6층 높이의 대형 코카콜라 광고물도 포함돼 있다. 1941년부터 1966년까지 뉴욕의 밤거리를 지키면서 인기를 끌었던 캐멀 담배의 대형 광고판도 있다. 이 광고판은 4초마다 연기를 내뿜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한때 100명이 넘었던 아트크래프트 스트라우스사의 직원은 이제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번 경매도 경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뉴요커들은 뉴욕의 명물이었던 네온사인이 경매를 통해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뉴욕에서 주머니 사정이 빡빡한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장소 중 하나는 타임스스퀘어의 뮤지컬 티켓 할인판매소. ‘TKTS’라고 적힌 이곳은 당일 뮤지컬 티켓을 할인해서 팔기 때문에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면 싼 표를 구할 수 있었다. 특히 33년 넘게 타임스스퀘어를 지켜 온 티켓 판매소는 바람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임시 건물’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타임스스퀘어의 이 티켓 판매소는 1일부터 문을 닫고 근처 호텔로 옮겨 갔다. 뉴욕시가 티켓 판매소 주변 지역에 대한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 관광. 관광객들은 교통이 번잡하지 않은 오후 11시 반 이후에는 마차를 타고 센트럴파크에서 멀리 벗어나 타임스스퀘어까지 ‘마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뉴욕으로 돌아간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것.

그런데 마차 관광도 ‘퇴출’ 위기에 몰렸다. 최근 말이나 승객이 크게 다치는 ‘마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뉴욕 시의회는 마차 관광을 센트럴파크로 제한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뉴욕에서 마차 관광은 무리라는 것.

여기에 동물보호운동단체를 중심으로 마차 관광 전면 금지안까지 제기되면서 100년 넘게 계속된 뉴욕의 마차 관광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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