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미술과 연극의 만남 ‘이미지 극장’전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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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 ‘홀로오디언스’
뮌 ‘홀로오디언스’
《갑자기 무대 위에 선 스타가 된 기분이다. 작은 방에 들어서자 불이 환하게 들어오면서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병풍처럼 빙 둘러친 400개의 거울에는 홀로그램 조합판이 붙어 있고 각각의 홀로그램에는 박수를 치는 관객의 이미지들이 삽입되어 있다.》

4일 저녁 ‘이미지 극장’전의 오프닝 행사가 열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02-547-9177)은 100여 명의 젊은 남녀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프로젝트 그룹 뮌의 ‘홀로오디언스’라는 설치작품 앞에서 신기하고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작품 앞에 서면 누구라도 무대의 주인공, ‘배우’가 된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과 연극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이 박물관에서 분리돼 미술관으로 새로 등록한 뒤 마련한 첫 기획전으로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유승희 학예실장은 “미술과 연극의 상호소통, 복합예술로 확장하는 현대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참여 작가는 김영진, 뮌, 이상현, 정소연, 홍성민, 권용만, 김준섭, 천정 등. 이들은 미술과 연극 사이의 접점에서 생겨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활용하는 쌍방향 작품을 선보여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지하 1, 2층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눈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게 한다. 무대미술가이자 영상디자이너인 김준섭은 ‘에쿠우스’의 희곡을 오브제로 사용한 영상설치작품을 보여준다. “연극은 관객이 없으면 무의미하잖아요. 그래서 전시장에 연극을 가져올 때 관람객이 배우도 되고 관객도 되는 작품을 구상했어요.”

연극은 마구간지기 소년이 스물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찌른 사건을 소재로 한 심리극이나, 작가는 주인공을 여배우로, 말의 눈은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로 대체했다. 관객이 걸어가면 양쪽에 설치된 센서가 인기척을 감지해 스피커에서 연극 대사가 흘러나온다. 또 출구로 나갈 때면 ‘쨍’ 하는 소리를 내며 헤드라이트가 깨지는 영상이 나온다.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의 무대를 맡았던 무대디자이너 권용만은 ‘이’를 설치작품으로 선보였다. 형광빛이 나는 와이어를 통해 공길과 장생의 춤사위를 선의 이미지로 상징했고, 중앙 무대에서 치솟는 불로 연산의 광기를 표현했다. 바닥에는 연산이 죽인 사람들을 상징하는 관을 깔아놓았다.

작가 이상현은 부조리와 위선이 팽배한 대한민국에 대한 신랄하고 코믹한 해석을 담은 ‘코리아 환타지’의 무대를 설치영상으로 보여준다. 심판과 저울을 뜻하는 조형물에 두 개의 큰 풍선을 매달아 놓았다. 바늘 하나로 터져버리는 풍선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설치작가 정소연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을 원형 회전무대로 표현했다. 분홍실로 뜨개질한 욕조는 다리 하나가 부서졌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쓸쓸하고 공허한 중산층 여인의 삶을 상징한다.

한편 11일∼6월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열리는 박주연의 ‘FULL MOON WISH’전도 연극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작가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달을 재해석한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14일 오후 3시, 8시 국내에 사는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된 BH프로덕션이 전시공간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한다. 02-723-713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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