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의리냐 대박이냐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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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에서 최고의 포워드로 활약하다 지난해 은퇴한 칼 말론(43).

그는 유타 재즈에서 18시즌을 뛴 뒤 2003년 LA 레이커스로 이적하면서 전년도 연봉(1925만 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5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 번도 NBA 정상에 선 적이 없는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한 결단이었다. 유타 팬들은 말론이 영원한 ‘재즈맨’으로 남기를 바라면서도 40대로 접어든 그의 마지막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말론은 레이커스에서도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지만 유타에서 그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연고지 솔트레이크시티에는 그의 이름을 딴 ‘말론 교차로’가 생겼고 등번호(32번)는 영구 결번됐다.

말론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 연고 의식과 소속감이 희박한 탓이다. 의리보다는 ‘대박’을 좇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경우도 잦다. 은퇴 후의 불안한 장래를 감안하면 이런 풍조를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둥지를 옮기려면 뭔가 명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1일부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활짝 열렸다. 올해는 FA 대상자가 32명이나 되는 데다 김승현(오리온스), 강혁(삼성), 조상현(KTF) 등 대형 스타가 수두룩하다.

최대어 김승현은 잔류와 이적을 놓고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리온스의 홈페이지에는 김승현이 남기를 바라는 팬들의 댓글 릴레이까지 벌어졌다. 지난 5년간 ‘오리온스=김승현’이란 등식까지 나올 만큼 간판스타였으니 이런 열기는 당연해 보인다. 뜨거운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승현은 2일 구단과의 1차 면담에서 “합당한 대우만 해 준다면 떠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승현을 비롯한 주요 FA들은 농구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떳떳하고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기를 팬들은 바랄 것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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