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프로가 뽑은 프로]<2>연극·뮤지컬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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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연극에는 ‘그린벤치’가, 올해 최고의 뮤지컬에는 ‘아이다’가 뽑혔다. 연극계 인사들은 문화예술위원회 출범을, 뮤지컬계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다양화 및 활성화’를 올해의 최대 이슈로 꼽았다. 2003년 1월에 이어 연극과 뮤지컬계 종사자들에게 자기 분야의 ‘고수(高手)’를 꼽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극의 경우 배우와 연출가 모두 서서히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반면 뮤지컬 배우는 사실상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각 항목에 대해 3명 또는 3개 작품(인물)을 선정하도록 했다. 총 67명에게 설문해 63명(회수율 94%)이 답했으며, 이 중 연극 응답자는 51명, 뮤지컬 응답자는 45명(양 부문 모두 응답 33명)이었다.》

○연극

‘최고의 연출가’와 ‘최고의 남녀 배우’에 각각 오태석 극단 목화레퍼토리 대표와 이호재, 박정자가 뽑혀 2년 전과 결과가 같았다. 하지만 각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느리지만 뚜렷한 세대교체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가장 유망한 차세대 연출가’에는 30대인 양정웅과 서재형이 각각 1, 2위를 차지해 40대 김광보 박근형이 공동 1위를 차지했던 2년 전보다 젊어졌다. 김광보 박근형은 ‘차세대 연출가’에서는 3, 4위로 밀려났지만 ‘최고의 연출가’에서 각각 6표, 5표를 얻어 6, 7위를 차지해 40대 연출가들이 ‘차세대’에서 ‘중심 세력’으로 이동 중임을 보여줬다.

이런 흐름은 최고의 실험극, 대중극, 정통극 등 장르별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50, 60대가 순위를 휩쓸었던 2년 전과 달리 올해는 30, 40대 연출가가 순위에 진입했다.

특히 ‘차세대 연출가 1위’ 양정웅의 극단 ‘여행자’는 ‘최고의 극단’에서도 순위에 들어 양정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는 그가 올해 순수 연극으로는 최초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 점과 런던 바비칸센터로부터 공연을 초청받은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예전 조사에서 ‘차세대 남자 배우 1위’였던 박지일이 올해는 ‘최고의 남자 배우’ 공동 2위로 부상한 점과 순위에 없었던 예수정과 윤석화의 순위 진입도 눈길을 끈다. 차세대 남녀 배우로는 2년 전 거명조차 안 됐던 김영민과 장영남이 단숨에 남녀 1위에 올라섰다.

‘올해의 연극’으로 뽑힌 ‘그린벤치’는 6표로 1위를 차지했고 1표만 얻은 작품이 많아 올해 뚜렷한 수작이 없었음을 반영했다.

‘올해 연극계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문화예술위원회 출범’이 가장 많았고 ‘뮤지컬의 대학로 진출에 따른 연극 관객 감소’, ‘대중 스타들의 연극 출연’, ‘최초 어린이전용극장(사다리아트센터) 개관 및 공연장 증가’, ‘사랑티켓제도 변경’ 등이 꼽혔다.

○뮤지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뮤지컬계에서는 남녀 배우의 세대교체 현상이 뚜렷했다. 2년 전 ‘최고의 남녀 배우’ 상위 5위에 들었던 남녀 배우 중 남경주와 최정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새 얼굴로 교체됐다. 당시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했던 남경주와 최정원은 올해는 각각 조승우와 배해선에게 자리를 내줬다. 남경주는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에서는 아예 순위 밖으로 밀렸다. 차세대 배우들도 전부 새 얼굴로 바뀌었다. 최고의 차세대 남녀 배우에는 ‘뱃보이’의 김수용과 ‘그리스’와 ‘겨울 나그네’의 윤공주가 꼽혔다. 최고의 연출가는 ‘아이 러브 유’의 한진섭.

연극과 뮤지컬을 통틀어 주목할 만한 인물은 오만석이었다. 오만석은 1위를 차지한 분야는 하나도 없었지만 ‘최고 뮤지컬 배우’(3위),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뮤지컬 배우’(2위), ‘가장 연극을 같이하고 싶은 배우’(4위) 등 연극과 뮤지컬 양 분야에서 순위에 든 유일한 배우로 꼽혔다. 심지어 한 응답자는 ‘오만석의 부상’을 ‘올해 뮤지컬계의 이슈’로 꼽기도 했다.

‘올해 최고의 뮤지컬’로는 사상 처음으로 8개월 장기 공연을 시도한 ‘아이다’가 롱런 중인 ‘아이 러브 유’를 3표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창작 뮤지컬로는 ‘밑바닥에서’(6위)와 ‘뮤직 인 마이 하트’(9위)가 10위권에 들었다.

‘올해 뮤지컬계 최대 이슈’로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다양화 및 활성화’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장기 흥행에 성공한 ‘아이 러브 유’를 비롯해, 트랜스젠더 문제를 다룬 록 뮤지컬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간 ‘헤드윅’, 창작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 ‘밑바닥에서’가 모두 소극장용이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연극 차세대 男배우 김영민

“연극하시는 분들이 뽑아 주신 결과라 더 좋습니다. 너무나 영광스럽죠.”

‘최고의 차세대 남자 연극 배우’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가장 연극을 같이 하고 싶은 남자 배우’ 부문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김영민(35·사진). 목소리에 기쁨이 넘쳤다.

고교 2년 때 동아리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가 대학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19 그리고 80’ ‘햄릿’ ‘선데이서울’ ‘청춘예찬’ 등 화제작에 잇따라 출연했다. 올해는 ‘스타 산실’로 꼽히는 ‘에쿠우스’의 앨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출가 한태숙 씨는 그를 두고 “몸 안에 응축된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분출해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라고 평했다. “늘 연습보다 실제 무대에서 훨씬 뛰어나다. 배우가 이런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는 것.

연극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만 당분간 대학로에서 그를 보기는 힘들다. 내년 2, 3월 촬영에 들어가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기 때문.

“연극에서 시작한 만큼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마음은 무대를 떠날 수 없을 거예요. 촬영을 마치고 가을쯤엔 다시 연극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뮤지컬 최고 女배우 배해선

‘최고의 여자 뮤지컬 배우’와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여자 뮤지컬 배우’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한 배해선(31·사진).

2003년 조사에서는 ‘차세대 배우’ 분야에서 3위였던 그가 2년 만에 정상에 올라서 ‘현재 뮤지컬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그는 설문 결과를 듣자마자 “너무 기쁜 일이지만 차세대인 게 더 좋은데…”라며 “후배들이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서 위기감도 느끼고, 아직 배울 것도 많은데 1위라는 사실이 두렵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어느 배역을 맡겨도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 그는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꼽히는 배우. 모르는 것이 나오면 까마득한 후배에게 물어서라도 꼭 배우고야 마는 연습벌레다.

올해는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공주’역을 맡아 주인공 ‘아이다’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역으로 올해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올해를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아이다’ 공연이 끝나는 내년 4월 이후로는 아직 작품 계획이 없다”고 밝힌 그는 “‘캐스팅 순위 1위’라는 것이 확실하냐?”며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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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가나다순)

권혜미(국립극단 기획제작실장) 김동수(김동수컴퍼니 대표) 김명화(극작가) 김문정(음악감독) 김병석(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장) 김성수(파란 대표) 김승미(서울예대 교수) 김영수(신화 대표) 김용현(서울뮤지컬컴퍼니 대표) 김의숙(파임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김재성(연출가) 김정숙(모시는사람들 대표) 김종헌(쇼틱 대표) 김주섭(코엑스아트홀 극장장) 김철리(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김희철(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장) 남기웅(모아엔터테인먼트 대표) 마승락(축제를만드는사람들 대표) 박근형(골목길 대표) 박명성(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박병성(더뮤지컬 편집장) 박우화(레츠 대표) 박정민(POA 대표) 박정자(배우) 박정희(풍경 대표) 박진완(정동극장 공연기획팀장) 박칼린(음악감독) 설도윤(설앤컴퍼니 대표) 손진책(미추 대표) 송승환(PMC 대표) 송한샘(쇼노트 이사) 성수정(번역가) 신춘수(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신현길(용 공연기획팀장) 심상태(갖가지 대표) 심재찬(문화예술위 사무처장) 안호상(서울예술의전당 예술사업국장) 양정웅(여행자 대표) 오태석(목화레퍼토리 대표) 오현실(이다 대표) 원종원(뮤지컬 칼럼니스트) 유민영(평론가) 유희성(연출가) 윤석화(배우) 윤호진(에이콤 대표) 이미원(평론가) 이승엽(평론가) 이유리(청강산업대 교수) 이윤택(연출가) 이현규(파파프로덕션 대표) 이현정(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 전훈(애플씨어터 대표) 정혜영(컬티즌 대표) 조광화(연출가) 조용신(뮤지컬 칼럼니스트) 조민(대중 대표) 조행덕(악어컴퍼니 대표) 차범석(극작가) 채승훈(서울연극협회장) 채윤일(쎄실 대표) 최호(루트원 대표) 한상철(평론가) 한진섭(연출가) 한태숙(물리 대표) 허순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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