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70>工(장인 공)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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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을 놓고 도끼를 그렸다는 둥 자를 그렸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지만 갑골문을 보면 땅을 다질 때 쓰던 돌 절굿공이를 그렸음이 분명하다. 윗부분은 손잡이고 아랫부분이 돌 절굿공이인데, 딱딱한 거북딱지에 칼로 새기는 과정에서 아랫부분이 네모꼴로 변했을 뿐이다.

지금도 황허 유역을 가면 집터를 만들거나 담을 쌓아 올릴 때 진흙을 다져 만드는 것(版築法·판축법)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가 바로 돌 절굿공이이다.

그래서 工은 이 지역의 가장 대표적 도구라는 뜻에서 工具(공구)의 뜻이 나왔고, 공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工匠(공장), 공구를 사용한 작업을 工程(공정)이나 工作(공작)이라 부르게 되었다.

또 집터나 담이나 성은 정교하고 튼튼하게 다지고 쌓아야만 무너지지 않는 법이니, 이로부터 巧(공교할 교)가 만들어졌다. 또 功(공 공)은 온 힘(力·력)을 다해 돌 절굿공이(工)로 흙 담을 쌓는 모습이다. 이것은 고대 사회에서 功은 전쟁에서 세운 공(戰功·전공)보다 토목 등 구성원의 안정된 생활을 위한 것이 더욱 근원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巨(클 거)는 갑골문에서 성인 남성(夫·부)이 톱이나 자 같은 공구를 쥐고 있는 모습이며, 이후 힘이 세고 몸집이 큰 성인 남성이라는 뜻에서 ‘크다’의 의미를, 공구로 하는 토목공사 등은 규정된 법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 ‘규칙’을 의미하게 되었다. 다만 전자는 공구를 그린 부분만 남아 巨로 쓰이게 되었고, 후자는 성인 남성(夫)을 그린 부분이 矢(화살 시)로 잘못 변해 矩(구·곱자 구)가 되어 분화했을 뿐이다. 渠(도랑 거)는 바로 이러한 공구(矩)로 공사를 벌여 만든 물길을 말한다.

式(법 식) 또한 공구(工)를 사용할 때의 법칙을 말하지만, 현행 옥편에서는 소리부인 익(주살 익)부수에 편입되었다. 이외에도 左(왼 좌)는 왼손으로 공구(工)를 든 모습을, 差(어긋날 차)는 왼손(左)으로 꼰 새끼로부터 정확하지도 굵기가 가지런하지도 못하여 짚이 삐죽삐죽 나온 모습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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