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성매매특별법’ 한달… 남자들의 변명

일러스트레이션=정인성기자

《“글쎄…뭐랄까.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수긍할 수 없는…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달 23일 시행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그 도덕적 절대성에 대해 감히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남자들의 속생각은 사람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제법 논리적인 주장에서 개똥철학까지,‘근절돼야 마땅하다’는 진보적인 시각에서 ‘필요악’이라는 현실론까지….

문제는 누구도(대체적으로 일반 남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여성들 앞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범사회적인 차원이라든가,

성매매가 과연 없어질 수 있는 일이냐는 식으로 토론을 벌인다.

나 자신도 남자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남자들이 가진 ‘진짜’ 속생각은 어떤 것일까.

일주일간 2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 작성에 앞서 기자가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법이 꼭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 생각을 알아보는 것도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고 본다.

○ 회개할 일 없는데요

30대의 독실한 크리스천인 A씨. “뭘 그런 것을 묻느냐”며 말을 돌리던 그는 술이 좀 들어가자 “한 번도 내가 성매매를 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 취재의 어려움은 낮에 커피를 마실 때와 밤에 술 마실 때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 전자가 주로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다면 후자는 ‘내 경우는…’ 식으로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일까. 집창촌이나 룸살롱에서 2차를 간 적은 있지만 그 행위를 ‘성매매를 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냥 술 마시고 분위기가 되면 가는 거죠. 선배나 상사가 2차를 보내주면 고마운 일이고. 2차까지 보내주는 것을 의무나 미덕으로 아는 사람도 있고…. 가끔 안 가는 사람도 있지만 보내주는 사람을 욕하거나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치부하지는 않죠.”

교과서적으로는 잘못된 일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

“회개한 적 있냐고요? 회개할 일이었으면 가지도 않았을 걸.”

그와 함께 술집으로 향했다. 술김에(정확하게는 취재를 위해서) 한번 넌지시 떠봤다.

“(2차) 보내줄까? 근데 걸리면 어떡할래.”

“무슨 재주로 서울시내 모텔을 다 뒤져?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거지.”

빈말이기도 했지만 그의 ‘2차’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인근 업소에서 ‘아가씨’의 신고로 단속에 걸린 후 당분간 업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말.

전날 ‘술파는 노래방’에서 놀고 온 30대 공무원 B씨는 다소 거품을 물고 말했다.(그와는 4년 정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성매매 문제를 ‘내 딸이나 여동생이 그래도 되냐’ 식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되지. 국방정책을 전선에서 피 흘리고 죽어간 전우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없는 것처럼. 대개는 무슨 노예처럼 내가 여자를 돈 주고 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그보다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이 맞을 걸.” 국방정책 운운하는 것은 좀 지나친 궤변이다 싶었지만 열변은 상당시간 계속됐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쪽의 생각과는 달리 대개는(업주든 남자들이든) ‘좀 지나면 흐지부지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종의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식.

B씨는 “글쎄, 성욕이 없어지는 게 아닌데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며 “방법이 달라질 뿐 어떻게든 계속하는 사람은 여전할 걸”이라고 말했다.

○ 대한민국 남자는 범죄자?

“한국 남자들한테는 친구가 군대갈 때나 동문회 때, 또는 모임이 정말 좋을 때 가장 마지막에 하는 피날레 행사라고 해야 하나. 특히 군대가기 전에는 더욱더 그래. 다같이 갈 돈이 없으면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모아서 당사자는 보내주거든. 물론 여자들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40대 사업가인 C씨는 업무상 접대가 많다. 대부분 ‘2차’까지 보내주는 편.

그와 함께 먼저 ‘2차’를 거절당한 ‘그 집’으로 향했다. 보내주는 사람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이 발효된 지금도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 때문에 안 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행위가 범죄다’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여성단체 앞이나 100분 토론에서 이런 말을 하라고? 누가 그럴 수 있어? 가정이 있고 사회적 위치가 있는데…. 이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허리 아래 부분이 이중적인 것 아니야?”

전날과 마찬가지로 ‘2차’가 안 되자 그는 “나중에 좀 뜸해지면 다시 오자”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회사원 D씨도 개똥철학을 늘어놓는다.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어떤 것은 돈을 주고 안 사나. 돈을 줘야 진찰을 받잖아. 돈을 줘야 수업도 듣고. 오히려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것이 거저 얻으려는 것보다 정당한 것 아니야?”

그에게 법의 근본 취지가 인신매매나 감금, 착취 같은 행위를 하는 악덕업주와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대뜸 말했다.

“그건 법을 집행하는 입장이고 일반적인 남자들한테는 ‘이제 하다가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 아닌가.”

잘못하면 망신당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한발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 의식은 전혀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30대 직장인인 E씨는 “좀 과장해서 말해 이 법대로라면 대한민국 상당수 남자가 범죄자가 될 것”이라며 “남자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법이지만 실제로 그만큼 죄의식을 갖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매매 자체가 잘못이라면 성인 방송이나 성인 영화, 성인 인터넷은 왜 내버려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에게 기혼자로서의 입장을 물어봤다.

“꼭 성적 충동을 참지 못해 성매매를 한다기보다는 기회가 왔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지. 혼자서, 자기 돈 내고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우르르 몰려가는 상황에서 나만 빠지면 소심해 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패거리 문화라고나 할까. 또 기혼자가 따로 애인 만들어 불륜을 저지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 취재 후기

취재를 하는 동안 상당수의 남자들이 취재의도를 말하자마자 ‘시간이 없다’, ‘딴 사람한테 물어보라’며 만남을 피하기도 했다. 그만큼 성매매는 대놓고 말하기가 곤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자칫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취재를 하며 만난 20여명의 남자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 중에서 새 법의 시행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단 3, 4명만이 ‘접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취재결과 얻은 결론은 갈수록 성적인 유혹이 많아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매매에 대한 남자들의 인식은 법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 이 법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