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미녀와 야수’ 왕자役 현광원씨 인터뷰

  • 입력 2004년 9월 2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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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마지막 장면. 죽어가던 야수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순식간에 왕자로 변한다. 순간, 조용하던 객석에서는 탄성 대신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디즈니 만화 속 수려한 왕자와 무대 위에 서 있는 소박한 왕자의 간극이 너무 컸던 걸까? 근 50일째 ‘왕자노릇’을 하고 있는 오페라 가수 현광원씨(36)를 만나봤다.

―공연 해보니 어떤가요?

“솔직히 연습할 땐 마지막 공연까지 대박이야 라고 생각했어요. 예상치 못한 관객 반응에 당혹스러웠죠.”

―관객들이 왜 웃을까요?

“야수가 왕자로 변했는데 그대로 야수더라, 뭐 그런 거겠죠.(웃음)”

실제로 만나본 그의 외모는 ‘왕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야수’는 더욱 아니었다.

“왕자의 외모에 대한 환상이 한국 관객에게는 유난히 큰 것 같아요. 이 작품은 ‘미녀와 야수’이지 ‘미녀와 왕자’가 아닌데….”

최근 한국 제작사는 왕자가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도록 원작의 낡은 망토를 새 것으로 바꾸었다. 이른바 ‘얼짱 각도’를 고려해 조명과 자세, 화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라이선스 공연이다 보니 디즈니측의 허락 없이는 의상 하나도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애들 말투 같다”고 지적받은 작품 속 야수의 어투도 ‘이 대사는 5-3-4의 톤으로’ 식의 ‘만국 공통’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현씨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우리 정서에 어색한 어미나 억양 등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 덕분인지 최근 그의 블로그에는 격려의 말과 함께 가창력에 대한 칭찬도 많이 올라온다.

3시간에 가까운 분장, 8kg이 넘는 의상과 가짜 근육 무게, 굽 높이 15cm가 넘는 구두, 게다가 외모에 대한 기대까지…. 힘들지 않을까?

“저 자신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스타일입니다. 추석때 가족이 함께 보러 오세요.” 25일 오후 3시, 26, 29일 오후 2시 7시, 28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4만∼12만원. 02-2005-0114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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