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軍 검찰에 ‘과거사’ 바람 불면

  • 입력 2004년 8월 1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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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독재시대에 불법 행위를 저지른 국가기관의 고백을 요구해 국가정보원, 군, 검찰, 경찰에 ‘과거사 태풍’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출범한 1,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범위를 훨씬 넘어 과거 의혹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시작하려는 것 같다.

독재시대에 벌어진 의혹사건의 진상을 가리고 억울한 죽음을 신원(伸’)하기 위한 재조사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최종길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의문사 사건 등에서 국정원, 기무사가 의문사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갈등을 확대시킨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과거사 규명이 수사정보기관의 과거를 무한정 뒤엎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국가안보 기능이 위축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정보기관은 독재정치시대에 정권안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일선에서 수호하는 책무를 수행했다. 수사기관의 과거사 다루기에서 양 측면이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한다.

국정원이 대통령 언급에 맞추어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민간단체에 군이나 국정원의 민감한 국가기밀이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기관의 자존심과 사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국정원의 조사 대상에 간첩사건까지 포함될 경우 수사과정의 고문과 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한바탕 이념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다. 재조사가 이루어지더라도 그 대상을 구체적 사건으로 최소화해야지 국가기관의 업무 전체가 재조사의 대상이 된다면 혼란이 커질 것이다.

국가기관 재조사에는 전제가 있다. 현 집권세력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구(舊)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치세력의 약화를 노리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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