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75>행복(幸福)과 건강(健康)

  • 입력 2004년 7월 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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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 being)’을 우리말로 옮긴다면 아마도 ‘잘∼ 살다’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한자어로는 어떻게 될까. 중국의 경우 아직 통일된 번역어가 등장하고 있지 않으나 幸福이 가장 근접한 어휘가 아닐까 생각된다. 幸福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健康이 으뜸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幸은 소전체에서부터 등장하는데 지금의 형체와는 달리 夭와 ’으로 구성되었다. 夭는 사람의 정면 모습(大·큰 대)에서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놓음으로써 ‘죽음’을 상징했으며, 거꾸로 선 사람의 모습으로부터 ‘거꾸로’라는 의미를 그렸다. 그래서 죽는 것(夭)과 반대되는 개념, 즉 ‘不夭(불요)’를 幸이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幸에는 이렇듯 ‘죽음(夭)을 면하다’는 뜻으로부터 幸福이라는 뜻이 담기게 되었다. 이후 幸은 巡幸(순행)과 같이 임금의 지방 시찰을 뜻하기도 하였는데, 고대 사회에서 임금의 지방 시찰은 지극히 幸福한 일이었고 지방민들에게도 幸運을 가져다주는 일로 인식됐던 것 같다. 그리고 人(사람 인)이 더해진 倖은 행복(幸)한 사람(人)이라는 뜻이며, 僥倖(요행)은 뜻밖의 幸運(행운)을 말한다.

‘健康하다’는 것은 신체의 강건함도 뜻하지만, 사회·윤리적인 건강함과 함께 자신의 즐거움이 담보되어야 하는 복합적 개념이기도 하다. 健은 人이 의미부이고 建이 소리부인 구조다. 建은 거리(인·인)에서 붓(聿·율)으로 설계도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建設(건설)과 같이 ‘세우다’의 뜻이 생겼다. 이후 建은 설계도에 의해 세워진 건축물처럼 ‘우뚝 서다’는 뜻도 함께 가진다. 그래서 健은 우뚝 선(建) 사람(人), 즉 강건하고 튼튼한 사람을 뜻한다.

康은 갑골문에서 요령을 그린 庚과 네 점으로 구성되었는데, 네 점은 요령을 연주할 때 나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네 점은 소전체에서 米(쌀 미)로 변했고, 예서체에서는 다시 수(물 수)로 변해 지금의 형체로 고정되었다. 따라서 康은 요령 같은 ‘악기를 연주하다’가 원래 뜻이며, 이로부터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음악 소리라는 뜻이 나왔고, 즐거움으로부터 다시 健康하다는 의미가 나왔다.

즐거울 때 비로소 健康할 수 있는 법이다. 健康하고 스스로 安貧樂道(안빈낙도)하며 幸福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웰빙’이 아닐까.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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