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49>화(華)와 하(夏)

  • 입력 2004년 5월 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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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夏는 중국을 지칭하는 말의 하나다. 華는 금문에서 華奢(화사)하게 핀 꽃이 흐드러져 있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꽃’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中華(중화)에서 볼 수 있듯 ‘꽃’ 보다는 중국인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한 중국에서 곡식은 그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꽃에 대한 숭배는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쟝쑤(江蘇)성의 한 신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암각화를 보면 사람 얼굴을 한 꽃을 피운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는 꽃이 그들의 조상이라는 꽃 토템을 극명하게 형상화한 것이다.

씨방이 부푼 모습을 그린 帝(체의 본래 글자)가 지고지상의 天帝(천제)는 물론 皇帝(황제)를 지칭하게 된 것이나, 英(꽃부리 영)이 최고의 英雄(영웅)을 지칭하게 된 것도 모두 이러한 의식에서 연유하고 있다.

花는 華가 일반적인 ‘꽃’에서 중국인들의 숭배 대상이 되어 자신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변하자 일반적인 꽃을 지칭할 목적으로 다시 만들어진 글자이다.

夏는 금문에서 크게 키워 그린 얼굴에 두 팔과 발이 그려진 사람의 모습을 나타냈다. 크게 그려진 얼굴은 고대 한자에서 일반적으로 분장을 한 제사장의 모습이며, 두 팔과 발은 율동같은 동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夏는 춤추는 제사장의 모습이며, 그것은 祈雨祭(기우제)를 위한 춤이었다. 그래서 ‘춤’이 夏의 원래 뜻이다. ‘禮記(예기)’에서 말한 象武(상무)가 武舞(무무)를 뜻한다면 夏약(하약)은 文舞(문무)를 뜻한다.

祈雨祭는 神(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盛大(성대)한 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夏에 다시 ‘크다’는 뜻이 나왔고, 祈雨祭가 주로 여름철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름’도 뜻하게 되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세운 최초의 국가를 夏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 ‘큰’ 나라라는 의미에서였다. 마치 우리 민족을 ‘한’ 민족이라 불렀던 것처럼.

夏에 집을 뜻하는 (엄,한)(기슭 엄)이 더해진 厦는 ‘큰(夏) 집(엄,한)’을 뜻한다. 그래서 중국어에서는 빌딩(building)을 ‘따샤(大厦)’라 번역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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