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오세준/漢字교육 국익위해 필요하다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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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해대교를 지나면서 ‘오션파크 리조트’라는 간판을 내건 모텔을 봤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이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오션’ ‘파크’ ‘리조트’라는 각 영어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내서 이를 조합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자(漢字)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 문자체계는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어를 조화롭게 병용(倂用)할 수 있고, 한자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에도 익숙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한글로 씌어진 한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은 일본에 대한 효과적 통치를 위해 한자를 폐지하려고 했지만 일본인들은 이를 막아냈다. 한자는 일본 학문의 과학화와 체계화에 결과적으로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한국과 언어 환경이 비슷한 일본이 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일본어의 표기 체계가 불완전하기 때문도 아니며 그들의 민족의식이 빈약해서도 아니다.

요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학 분야에서는 전체 과학용어의 85%에 이르는 한자용어들을 영어단어 외우듯 암기하거나 감(感)으로만 파악하는 상황이다. 70% 이상의 공과대학생들이 만유인력(萬有引力), 절연체(絶緣體), 항성(恒星) 등 기초 과학용어를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어떻게 튼실한 과학기술을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이것이 국가경쟁력이며 민족의 주체성을 고양시킨 대가란 말인가.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층이나 양식 있는 지식인들은 하루속히 한자교육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비롯한 한자 문화권 국가와의 교역량도 급증하고 있다. 학문적 발전뿐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챙기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은 필수적이다.

오세준 한서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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