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9>자(自)와 코(鼻)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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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自)와 코(鼻)

自는 원래 코를 그린 글자다. 서양인들은 코를 그릴 때 보통 측면 모습을 그리지만 동양인들은 코가 납작해서 그런지 갑골문(왼쪽 그림)처럼 콧대와 콧방물이 갖추어진 정면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自는 이후 코라는 원래 뜻을 잃어버리고 ‘自身(자신)’을 뜻하게 되었다. 혹자는 중국인들이 自己(자기)를 가리킬 때 코에다 손가락을 갖다 대기 때문에 自가 1인칭 대명사로 쓰였다고도 한다. 중국인들에게 이러한 습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이 보편적인지 옛날부터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自가 대명사로 쓰이자 원래 뜻인 ‘코’는 소리부인 비(줄 비)를 더하여 만들어진 鼻로 표현했다.

‘코’라는 自의 원래 뜻은 臭와 息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臭는 후각이 발달한 개(犬)의 코(自)라는 의미로부터 ‘냄새(맡다)’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息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自와 心(마음 심)으로 구성되었다. 그것은 고대 중국인이 ‘숨쉬기’가 코(自)와 심장(心)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喘息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喘이 빠르게 몰아쉬는 숨을 말한다면 息은 천천히 쉬는 숨을 뜻한다. 이 때문에 息에 ‘숨을 천천히 쉬다’나 ‘멈추다’는 뜻도 생겼다. 休息(휴식)은 쉬면서(休) 숨을 천천히 쉰다(息)는 뜻이요, 自强不息(자강불식)은 스스로 노력하여 멈추지 아니함을 말한다.

숨은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이기에 息에는 ‘자라다’나 ‘불어나다’의 뜻도 생겼다. 子息(자식)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생겨났기’ 때문에, 利息(이식)은 원금으로부터 불어난 돈을 말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消息(소식)은 사라지고(消) 생겨나는(息) 천지만물의 모든 변화를 의미하는 뜻에서부터, 세상일에 대한 동정이나 사정을 뜻하는 지금의 용법으로 변했다.

한편 皆는 지금은 比(견줄 비)와 白(흰 백)의 결합이나 원래는 白이 自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皆는 코(自)를 나란히 하여(比) 함께 숨을 같이 쉰다는 의미로, 함께 숨쉬며 공동의 운명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모두’나 ‘전부’ 등의 뜻이 생겼다. 여기서 파생된 諧(화합할 해)는 말(言·언)이 잘 어우러지는(皆) 것을, 偕(함께 해)는 사람(人·인)이 함께 하는(皆)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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