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0>졸업(卒業)과 입학(入學)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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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卒業)과 입학(入學)

각급 학교의 卒業이 한창이다. 이 卒業이 끝나면 이어 入學의 계절이 시작 된다. 卒은 갑골문에서 웃옷을 그린 衣에다 ×나 별같은 표시가 더해졌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노역에 종사하는 노예들을 卒이라 하였는데, 옛날에는 옷에 색깔을 넣어 이들이 兵卒(병졸)임을 나타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卒의 원래 뜻은 兵卒, 士卒(사졸)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卒은 군대 편제의 단위가 되어, 1백 명을 1卒이라 부르기도 했다. 兵卒들이 전쟁에서 가장 죽기 쉬웠던 존재였던지 卒에 ‘죽다’는 뜻이 생겼고, 그로부터 ‘끝내’, ‘마침내’라는 의미도 추가되었다.

業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옛날 악기를 걸던 橫木(횡목·가로질러 놓은 나무)에 달아 놓은 장식용 널빤지를 말하는데 보통 톱니처럼 만들고 흰색으로 칠을 해 드러나 보이게 했다고 한다. 국가에 큰 일이 있을 때 이루어지는, 編鐘(편종) 등이 동원된 성대한 음악을 연주할 악기 틀의 장식물을 만드는 일은 전문적이고 특별한 재주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業에는 ‘전문적인 일’이라는 뜻이 생겼고, 그것은 ‘위대한 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業務(업무)나 職業(직업), 家業(가업) 등에는 이러한 원래 뜻이 기저에 담겨져 있다. 그러한 일(業)을 배우는(學) 행위가 바로 學業이다.

卒業은 學業을 완전히 끝내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卒業을 ‘삐예(畢業)’라고 한다. 배우는 과업에 끝과 마침이 있으랴마는, 畢業은 과업(業)을 모두 마쳤다(畢)는 뜻이니, 과업을 끝내버렸다는 卒業보다는 지속에 대한 여운을 남겨둔 것 같아 애착이 가는 단어다.

入은 갑골문에서부터 끝이 뾰족한 도구 모양을 그렸다. 돌이나 나무에 박는 쐐기처럼 끝이 뾰족하면 어떤 물체에 들어가기 쉬울 것이다. 이로부터 ‘들어가다’는 뜻이 생겼다.

學은 갑골문에서 집안(면·면)에서 두 손으로 매듭짓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새끼매듭, 즉 結繩(결승)은 인디언들의 퀴푸(quipu)처럼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 기억의 주요한 보조수단으로 쓰였다. 이후 그 대상을 나타내는 子(아들 자)가 더해져 지금처럼 되었다. 그리하여 배움이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그러한 장소를 뜻하는 學校(학교)의 의미도 생겼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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