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프랑수아 고드망/중국 둘러싼 유럽의 집안싸움

  • 입력 2004년 2월 18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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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 질문이 유럽 공동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데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인권문제 때문에 유럽의회의 비판적인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의 어느 나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여러 요인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대중(對中)관계를 둘러싼 논란을 과열시키고 있다. 먼저 중국의 거대시장이다. 아직 독일을 제외한 어떤 유럽 국가도 중국 시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을 갖춘 중국이 원자력 에너지와 초고속 열차, 우주개발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유럽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중국의 원만한 관계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곤 한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의 인권문제가 아니라 대만의 중국 관련 국민투표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그 대가로 중국은 미국의 중동정책을 묵인해준다. 특히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온 프랑스는 중국과 ‘다극화 세계’ 이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가 미국으로부터 ‘홀로서기’를 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중국 지도자들은 미래의 전략적 이념보다는 현재의 미중(美中)관계를 더 중시한다.

유럽에서 중국을 둘러싼 논란을 가열시키는 다른 요인은 중국의 압력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포괄해 정리한 선언을 냈다. 그러나 이 선언은 중국이 EU로부터 혜택을 받고자 하는 분야의 목록 같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해외시장에서 유럽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유럽으로부터 경제원조와 우대금융, 기술이전의 특혜를 받는 데 익숙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선언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강조한다. “EU는 대만 티베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며, 중국에 대한 ‘군사 관련 제재(무기 금수)’를 풀어야 한다.” 이 퉁명스러운 요구가 중국이 EU와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1997년부터 중국에 에어버스 비행기를 판매하려는 몇몇 유럽 국가들은 제네바 국제인권위원회에서 중국의 인권문제 연례보고서의 내용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유럽이 중국에 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하원에서 연설하는 영예를 누렸다. 1945년 이후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한 외국 지도자는 12명에 불과하다. 40%가 넘는 하원의원이 인권문제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하기는 했지만.

프랑스의 중국 열기가 유럽 공동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북유럽과 공산주의 독재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동유럽의 주요 관심사다. 더구나 많은 EU 국가, 특히 새로 EU에 가입하는 ‘신유럽’은 이라크전쟁에서 보인 프랑스와 독일의 독자행동과 EU 재정적자협약 위반에 불만을 품고 있다.

결국 유럽 각국은 민주적 가치와 무역이익 사이의 갈등, 대미관계 긴장 등의 요인 때문에 중국을 둘러싸고 내분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떠오르는 중국’이 유럽에 분열과 불안정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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