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0>성장(成長)과 복지(福祉)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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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市場經濟(시장경제) 교육을 실시한 결과 교육 전에는 成長보다는 福祉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았으나 교육 후에는 福祉보다는 成長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 있다.

成은 갑골문(왼쪽 그림)에 의하면, 도끼로 어떤 물체를 쪼개는 모습을 그렸다. 이는 ‘화살을 부러트려 誓約(서약)을 하고’, ‘피를 나누어 마셔 盟約(맹약)을 삼던’ 것처럼, 옛날 盟誓 하던 일종의 儀式(의식)으로 보인다. 따라서 盟約이 원래 뜻이고, 이후 ‘完成(완성)’에서처럼 이루다는 뜻이 생겼다. 그러다 秦(진)나라의 小篆體(소전체)에서 소리부인 丁이 더해져 지금처럼 변했다.

成에 言(말씀 언)이 더해진 誠은 말(言)이 이루어지려면(成) 지극 精誠(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말이란 본디 이루어지기 어렵고 믿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長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노인의 모습을 형상했다. 머리를 길게 풀어헤쳤다는 것은 자신의 머리를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長은 ‘머리가 길다’는 의미에서 늘어나다는 뜻을 갖게 됐고, 머리가 긴 사람은 바로 나이가 든 年長者(연장자)이니, 어른이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정착 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했던 고대 중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구성원의 대표이자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다시 ‘首長(수장)’에서처럼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福은 원래 술독(酉·유)을 두 손으로 들고 조상의 신주(示·시) 앞에서 술을 따르는 모습으로, 술(酉)을 조상에게 올려 福을 기원하는 제사(示)에서 福이라는 의미가 생겼다고 말한 바 있다. 祉는 의미부인 示와 소리부인 止(발 지)로 구성되어, 福과 같이 하늘의 보호와 도움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렇게 볼 때, 成長이란 연장자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垂直的(수직적)이고 경쟁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요, 福祉는 한 사람에게 복이 집중되지 않고 복이 골고루 흘러가서 모든 사람에게 두루 미치는 水平的(수평적)이고 평등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成長과 福祉가 서로 함께 가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간주하는 사회가 보다 선진화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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