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8>근하신년(槿賀新年)

  • 입력 2004년 1월 25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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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賀新年은 설에 자주 듣는 인사말이다. 謹은 言이 의미부이고 菫(진흙 근)이 소리부로, 사람의 말(言)은 언제나 愼重(신중)하고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菫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처럼 두 팔을 묶고 목에 칼을 씌운 사람을 불에 태워 祈雨祭(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菫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여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가졌기에 의미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賀는 의미부인 貝(조개 패)와 소리부이자 의미부인 加(더할 가)가 합쳐진 구조다.

貝는 원래 조개를 그렸고, 조개는 옛날 화폐로 쓰였기에 財物(재물)을 뜻한다. 따라서 貝가 들어간 글자는 모두 財産(재산)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加(가)는 力(힘 력)과 口(입 구)를 합친 글자로, 힘이 들어간 말은 ‘誇張(과장)’이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없던 것이 더해지다’는 뜻이 생겼다.

예로부터 祝賀(축하)할 때는 膳物(선물)을 수반해야 했다. 중국에는 재물을 많이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보다 더 큰 선물을 나누어 주는 관습이 있었다.

따라서 賀는 단지 축하한다는 의미 외에도, 부모님이나 친척은 물론, 사회적 弱者(약자)들에게 자기가 가진 것(貝)을 나누어(加) 주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하겠다.

新은 析이 의미부이고 辛(매울 신)이 소리부이다. 析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도끼(斤·근)로 나무(木·목)를 쪼개는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分析(분석)하다는 뜻이 생겼다. 따라서 新은 땔감이 원래 뜻이다. 하지만 이후 ‘새롭다’는 뜻이 생기자 땔감을 나타낼 때에는 薪으로 분화했다. 新이 새롭다는 뜻을 가진 것은 假借(가차)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많다.

그러나 나무(木)는 공구(斤)로 加工(가공)을 하게 되면 다양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인간에게 유용한 쓰임새를 제공하는 존재임을 고려해 보면 꼭 가차로만 보기는 힘들다.

年은 사람(人·인)이 벼(禾·화)를 수확하는 모습이고, 수확으로부터 수확까지의 주기로써 한 해를 그렸다고 지난 회에서 설명한 바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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