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14>“神은 나의 편이라고?”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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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미국에 축복 내리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전쟁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도 “알라의 영광을 위해” 기필코 미국을 물리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제 전쟁의 결과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부시의 하나님이 후세인의 알라보다 압도적으로 센 분이시라고.

부시의 하나님은 누구신가. 부시는 스스로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며 매일 일과 시작 전에 영적 책을 읽고 정책 결정에도 하나님의 지도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오래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조지 맥거번은 최근 ‘네이션’지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했다면 대부분의 개신교회 지도자나 랍비들에게 전쟁은 옳지 못한 것이라 말씀하신 그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신가, 같은 분이시라면 그 하나님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기별을 주시는 분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신은 오직 한 분’이시라는 그리스도교나 이슬람교의 유일신관(唯一神觀)을 받아들인다면 부시의 하나님, 후세인의 알라, 교계지도자들의 신은 각각 다른 신일 수가 없다. 신은 한 분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각각 다른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신 한 분 신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한 셈이다.

이들은 신이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부족신관(部族神觀)’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으로 쳐들어갈 때, 전쟁의 신 야훼가 무조건 자기들을 지켜준다고 믿던 것과 같은 생각이다. 신이 오로지 내 편을 들어주시리라 믿는 부시나 후세인의 생각도 결국 같은 맥락의 신관이다.

이런 생각은 옛날 한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상으로 하는 오늘에는 재검토되어야 할 신관이다. 모두 자기들을 무조건 편들어주는 신을 등에 업고 나서면 세상은 ‘신들의 전쟁’으로 가득 차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셔야 할 신은 무조건 우리 편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 자비 정의 평화의 편에 서는’ 그런 분이어야 할 것 아닌가.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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