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공익 마케팅'…윤리경영 이미지 높이기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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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마케팅/해미쉬 프링글, 마조리 톰슨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463쪽 1만8000원 미래의창

마케팅을 그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론이나 기법쯤으로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제목부터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의 주장은 상당히 체계적이면서도 진지하다. 광고가 폭주하고 상품이 범람하는 혼돈의 시대에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거나 소비자의 감성적 측면을 자극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객의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공익 마케팅은 바로 이러한 제3의 새로운 마케팅 물결의 핵심 개념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공익 마케팅은 상호 이익을 위해서 기업이나 브랜드를 사회적 명분이나 이슈에 전략적으로 연계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신용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고객이 레스토랑에서 지불한 금액 중 3센트 정도를 떼어 기아퇴치 기금을 조성하는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해 대성공을 거뒀다. 방문 판매의 한계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던 여성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Avon)은 미국 YWCA, 국립암센터 등을 비롯한 여러 비영리단체와 함께 유방암 예방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 밖에도 세제를 판매하는 P&G는 에티오피아에 부족한 물을 보내는 공익 캠페인을, 천연 원료로 화장품을 만드는 보디숍은 환경 보호와 동물대상 실험중지 캠페인 등을 펼쳐 자신들의 브랜드와 사회적 이미지를 향상시켰다.

이처럼 공익 마케팅은 관계된 기업, 자선 단체를 비롯한 비영리기관, 그리고 소비자 등 3인 1조가 되어 함께 일하면서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고, 상호 이익도 얻을 수 있는 미래형 마케팅의 표본이 되고 있다. 물론 일부 독자들은 결국 공익 마케팅이라는 것도 소비자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고도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들은 공익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하는 자선 단체와 현명한 소비자들에 의해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공익 마케팅과 기업의 통상적인 자선 활동은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회성 자선 행사는 자선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기업이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이미 꿰뚫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한 공익 마케팅은 윤리적 가치를 돈으로 사는 행위가 아니라, 진실한 도덕적 가치 구현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얻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단기성 자선 행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뿐만 아니라 기업도 과거처럼 무작위로 자선이나 기부 행사를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이 갖고 있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부합되는 자선 기관이나 공익 이슈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구호만 요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공익 마케팅의 실천을 통한 기업의 사회 참여야말로 진정한 윤리 경영의 모습이 아닐까.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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