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송재훈/사스 '차분한 대응' 필요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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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이제 이라크전쟁과 함께 지구촌의 가장 큰 뉴스가 되었다. 언론 매체들이 매일 앞다퉈 새로운 환자 발생 수와 사망자 수를 보도하고 있어 아마도 질병 사상 일반인들이 가장 자세하게 통계를 접하는 병이자 가장 공포심을 갖는 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스에 대한 조사 연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여러 의학적 추정들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바람에 일반인들의 혼란과 공포심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사스에 대해 확인되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자 수는 5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집계로 19개국에서 2416명이 발생해 이 중 89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 환자 수는 최근 2∼4월에 발생한 새로운 환자만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350여명을 더한 것이다. 환자가 발생하는 국가가 계속 늘고 있으나 전체 환자의 85%는 중국과 홍콩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근 광둥 지역과 홍콩의 신환자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보고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각국의 방역 대책을 볼 때 국제적으로 새로운 확산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일단 환자가 발생한 뒤 추가로 주위 사람들이 감염되는 2차 감염인데 19개국 중 단 6개국에서만 지역사회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나 홍콩에서 유난히 환자가 많은 이유도 초기 유행 시 2차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2차 감염의 양상을 볼 때 사스는 밀접한 접촉이 가장 중요한 전파 경로이며 공기로도 전파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파 경로에 대한 여러 가지 추정에 대해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질병의 원인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일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스의 치사율은 보도된 바와 같이 3∼4%로 일반 폐렴의 치사율보다 높지는 않다. 평소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에게서 치사율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황당한 오해는 없어야 한다. 현재 사스의 조기 진단법, 치료법 및 예방 백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방역 당국은 최선을 다해 사스의 국내 유입 및 확산을 방지하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일반인들은 막연히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키면서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사스는 이번에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사스보다 훨씬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들이 여전히 정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에 세계 모든 대륙 곳곳에서 사스와 같이 집단 발생한 전염병은 무려 15가지가 넘는다. 국제 여행이 빈번해 이미 한 마을이 되어 버린 지구촌에서 더 이상 한 지역에 국한되는 전염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21세기 첨단과학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인 감염질환이 이 시대에도 가장 심각한 공공보건의 위협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나 분명한 현실이다.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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