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야구방망이를 모독 말라

  • 입력 2003년 2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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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타의 파경이 야구계에서도 잇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조성민-최진실 커플의 갈등은 조성민이 국내 최고의 투수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그랬다. 며칠전 일어난 개그우먼 이경실씨 사건은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야구 방망이가 개입됐다는 점에서 또한 충격적이다.

병실에 누워있는 이경실씨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야구인들 사이에선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가해자인 남편이 한때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으로 올해는 몰라도 최소한 내년에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것이란 농담이 오고갔었다.

그러면서도 야구인들은 야구 방망이가 남을 때리는 흉기로, 그것도 연약한 여성에게 폭행을 하기 위한 흉기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놀라움과 함께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그래도 요즘 갈수록 폭력적이 돼가고 있는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나 불량배들이 걸핏하면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와 설치는 게 눈꼴이 사나웠던 야구인들이었으니까.

사실 야구 방망이는 싸움을 위한 도구로는 최상이라고 한다. 웬만한 성인 남자가 잡고 휘두르기에 가장 적당한 길이와 무게인 점만 봐도 그렇다. 기자가 알고 있는 누군가는 나무보다 훨씬 강한 알루미늄 방망이를 항상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다니고 있을 정도다. 그는 그러나 이것을 남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 있을지 모를 부당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보호용 장비로 갖고 다닌다고 했다.

바로 그렇다. 잘 기억해보라.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인 일은 있다.

그러나 아무리 흥분하더라도 그 싸움판에 방망이를 들고 나온 선수가 있었던가. 격렬한 몸싸움이 빈발하는 아이스하키에서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시비가 벌어지는 아이스하키지만 선수들이 스틱으로 상대를 때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야구 방망이는 공을 때리는 도구이지, 사람을 패는 흉기는 아니다. 다시는 야구 방망이가 이런 저런 일로 모독 당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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