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기아 리갈/급회전때 빠른 차체 회복능력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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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아자동차의 가장 큰 고민은 승용차 부문의 부진이다.

쏘렌토를 앞세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카니발Ⅱ가 버티는 미니밴 차종에서 기아차의 명성은 확고하다. 반면 현대차와 차체하부구조(플랫폼)를 하나씩 통합한 승용차 부문은 현대차의 ‘아류’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배기량 1500cc급 소형차 충돌시험에서 기아 뉴스펙트라가 최우수 차종에 꼽혔듯이 기아 승용차는 현대차와는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준중형차 리갈(Regal)은 기아 승용차가 현대차와 당당히 겨루던 그때의 기풍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애쓴 차다.

외부 디자인은 네 줄의 가로 선으로 프런트 그릴을 강조했던 옵티마와 달리 그릴을 세로로 세웠고 헤드램프는 원형으로 분리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세계 유명 자동차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안경식 두 개의 헤드램프는 리갈의 고급스러움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뒷모습은 옵티마를 그대로 닮아 있어 별도 브랜드 차로서의 신선함은 다소 부족하다.

내부는 중앙 오디오 및 에어컨 조절장치를 일체형으로 만들었고 검은 색상의 실내 분위기로 유럽차 느낌을 완성했다.

리갈의 TV광고가 생각나 차문을 모두 닫고 음악을 들어봤다. 세계적인 스피커제조회사 JBL의 앰프와 스피커를 채용한 오디오 시스템에 오디오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도로에 올라서니 옵티마나 뉴EF쏘나타와는 다른 주행느낌이 전해졌다.

우선 가속. 리갈은 역시 옵티마보다는 무거웠다. 엔진회전수(RPM)의 움직임이 2000에서 매우 안정된 반면 가속페달에서 느껴지는 응답성은 다소 떨어진다.

운전느낌은 뉴EF쏘나타보다는 그랜저XG에 가까웠다. 리갈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차를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는 승차감을 그대로 유지시켜줬다. 리갈이 보여준 다소 늦은 응답성이나 급회전시 빠른 차체회복능력은 모두 고급차의 요건들 중 하나이다.

후방경보장치, 실내 유해물질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음이온 공기청정기, 엔진오일이나 안전띠 등 차량의 10여가지 장치의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음성경보장치 등은 리갈 이후 고급차의 필수장치가 될 듯하다.

남들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30∼40대 오너 드라이버에게 리갈은 매우 만족스러운 차이다. 가격은 RX20 최고급형이 2098만원으로 그리 싸지 않지만 이 차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고급 차를 파는 만큼 기아차 경영진들은 차 자체의 가치보다 떨어진 기아 승용차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고 이는 또 기아 승용차 소유자들 그리고 예비 소유자들에게 지켜야할 의무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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