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시립아동병원 '발달장애 치료센터' 탐방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19분


《성준(가명)이는 얌전히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그네를 탄 정우(가명)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성준이는 정우를 보는 것도, 선생님(작업치료사)과 함께 미끄럼틀 위에 서 있는 희성이(가명)를 보는 것도 아니다.

선생님이 커다란 빨간 공을 굴리며 다가온다. “성준이는 여기 있는 게 좋아?” 별 반응이 없지만 선생님은 성준이 앞에 공을 밀어놓고는 다시 정우 곁으로 가 옆 그네를 탄다. 성준이가 한참 만에 눈 앞의 공에 손을 갖다 댄다. 일어나 살짝 밀어본다. 한 걸음 두 걸음…. 2m 정도 밀었을까? 갑자기 겁이 났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린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시립아동병원 감각통합치료실.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은 다음 시간을 위해 엄마 손을 잡고 언어치료실로 들어갔다.

19일 문을 연 ‘발달장애 주간치료센터’가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관심 속에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는 이용자들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각종 치료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통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매주 두 번, 세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는다.

발달장애아의 경우 엄마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성심 정신과장은 “그래서 이곳에서는 엄마가 여러 프로그램에 들어가 아이와 함께 어울리면서 아이의 눈높이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어느 엄마이야기

감각통합치료실 앞에서 다른 엄마들과 앉아 있던 최정화씨(41)는 “아이와 집에서 어떻게 놀아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다른 발달장애아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6)가 늦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전문적이고 포괄적으로 상담하는 데가 없어 여기저기서 정보를 수집했다. 아이가 네 살 때 ‘발달장애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1년을 기다렸다. 확실했다.

“안 울었어요. 왜 울어요?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정말 울지 않았을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았을까? 한밤, 문득 잠이 깨었을 때 옆에서 촉촉이 땀으로 머리를 적신 채 잠들어 있는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왜 이리도 크고 험한 걸까”라는 생각에 막막하지 않았을까?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데 한 달에 ‘교육비’로만 150만원이 든다. 내년에 학교에 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1∼2년 늦춰야 할 것 같다.

“천천히 오래오래 도와줘야지요. 지치지 말고. 가끔 아이가 안쓰러워요.”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최근 자녀가 단지 ‘늦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일 수 있다거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만큼 ‘갭’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센터도 발달 지체가 있거나 발달 장애가 의심되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생후 18개월 이상부터 취학 전 어린이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정 과장은 “최근 소아정신과학회에서는 임상적으로 아이에게 지체가 있으면 바로 치료를 시작하라고 얘기한다”며 “발달장애 진단에 몇 달씩 걸려 검사 때문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상아의 평균발달정도보다 6개월 이상 지체될 경우 검사를 받으면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검사는 소아정신과에서 받는다.

또 어느 한 분야의 치료만 받지 말고 도움이 되는 치료를 모두 받는다. 02-575-3300(교환 215)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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