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戶主制 폐지/남여 불평등 표본…男兒 선호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여성계는 부계(父系) 중심의 현행 호주제(戶主制)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에 바탕을 둔 호주제는 남녀차별을 심화하고 남아선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논리다. 그러나 호주제를 없애면 가족관계의 안정을 해친다는 반대의견이 아직 강한 편이다.》

◇찬성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아들 딸에게 똑같이 재산을 분배했고 아들이 아닌 딸 외손도 제사를 지냈다. 후기에 들어 주자학과 부권(父權)만 인정하는 종법제(從法制)의 영향이 강해졌고 일제가 식민지 수탈을 위해 들여온 호주제와 결합됐다. 일본은 47년에 호주제를 폐지했는데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존속한다.

호주제는 ‘남자는 여자 보다 우월하다’는 구시대적 인식을 심화한다. 현행 가족법에 따르면 호주승계 1순위는 직계비속 남자로 아들→손자→미혼의 딸→처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결혼한 여자는 대를 잇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식이 내포돼 있다. 심지어 외도로 낳은 아들이 친딸과 처보다 승계 순위가 앞선다. 대잇기의 관습이 혼인의 신성함과 가족 화목을해치고있는것이다.

여성은 부가입적(夫家入籍) 법률규정에 따라 결혼과 함께 남편의 호적에 편입된다. 이같은 호주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결혼생활의 ‘양성(兩性)평등’을 해치고 남녀차별을 당연시하는 수직문화를 고착시킨다.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혼한 어머니와 사는 자녀는 법률상 모자관계가 아니라 동거인에 불과하다. 재혼해도 자녀는 새 남편의 호적에 입적시킬 수 없다.

호적은 국민을 파악하고 신분을 보장하는 공문서일 뿐이다. 호주제를 ‘공인 족보’로 인식하는 문화에서는 남성으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해 3만여명의 여아가 성감별을 통해 낙태된다. 이로 인한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엔조사에 따르면 한국여성의 사회권한 척도가 하위 10% 수준이다. 가정내의 성차별이 사회의 성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자도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선언 이후 남녀 불평등이 대폭 개선됐다. 제사는 1∼3년까지만 지내고 여자도 제사를 모신다. 부계혈통의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항렬도 사라진지 오래다. 서구 선진국은 대부분 부모 양계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

구시대적인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이 남녀평등의 민주국가 구현에도 맞다.

고은광순〈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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