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점검업체, 돈내는 건물주 눈치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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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소방당국 인력 한계로 민간에 넘겨
건물주와 계약… 소방서에 결과 제출
구조변경 등 큰 문제 눈감는 경우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원인의 하나로 부실한 소방점검이 꼽히고 있다. 건물주가 직접 돈을 내고 민간업체를 고용하는 ‘셀프점검’으로는 안전 확보를 위한 점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4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시설관리업으로 광역자치단체에 등록된 업체는 전국에 769곳(지난해 12월 기준)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은 민간 소방점검 업체를 허용하고 있다. 이 업체는 소방청이 자격증을 관리하는 소방시설 관리사 등을 고용해 점검한다.

민간업체의 화재안전 점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 비용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업체가 늘면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건물주를 대상으로 ‘저가 공세’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업체는 건축물의 소방점검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 소화기 교체 같은 간단한 사안은 바로 개선할 수 있지만 내부 구조를 바꿔야 하는 등 근본 문제는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건물주와 ‘협의’ 한 뒤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싼 가격에 치중하다 보니 점검 과정도 부실할 때가 많다. 다른 민간업체 관계자는 “건물주가 건물 일부 시설의 점검을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래도 허가가 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열리지 않는 비상구는 빼고 점검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아예 건물주가 직접 소방점검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을 아끼려고 형식적으로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방청 및 각 지방 소방본부의 제한된 인력으로는 모든 건물의 안전점검을 실시하기엔 역부족이다. 2012년부터는 소방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특별조사 대상 건물을 정한다. 통상 대상은 위험이 큰 대형 다중이용시설이며 이를 위주로 소방점검을 실시한다. 특별관리가 필요한 곳을 중점 점검하기 위해 소방시설법에서도 소방검사라는 용어 대신 특별조사라는 말을 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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