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설익은 해법-무책임한 판 키우기땐 정치권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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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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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포퓰리즘 空約자제” 커지는 목소리

교과위 여야 ‘구호 대결’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등록금 2배 인상 사과하라’(왼쪽) ‘반값 등록금 한나라당과 MB는 약속을 지켜라’(오른쪽)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노트북컴퓨터에 붙인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연합뉴스
교과위 여야 ‘구호 대결’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등록금 2배 인상 사과하라’(왼쪽) ‘반값 등록금 한나라당과 MB는 약속을 지켜라’(오른쪽)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노트북컴퓨터에 붙인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연합뉴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해온 여야의 대학생 등록금 이슈 경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13일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내부에서부터 “설익은 방안을 무책임하게 쏟아낼 게 아니라 차분히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제의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경쟁이 지속되면 정치권 전체의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뒤늦게 발동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MB, “잘못하면 국가 흔들릴 수 있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달 말 정치권에서 대학 등록금 이슈가 불거진 이래 가장 강도 높게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의도를 직접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등록금 이슈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즉, 정치권의 주장은 너무 조급했고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했으며 대안의 입체성이 부족하다는 걸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청와대는 역사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집중력을 갖고 전력을 다해 국민 입장에서 고심하고 일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한나라당과 야당의 향후 일정을 보고받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 같은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안다”며 “한나라당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자고 하고 싶겠지만 대학 구조조정도 해야 하는 만큼 모든 걸 종합적으로 하라는 당부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등록금 문제에 “당과 정부가 논의할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등록금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더는 정치권에만 논의를 맡길 경우 수조 원이 들어갈 등록금 이슈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 여야 중진, “이대로는 안돼”

등록금 이슈에 불을 지핀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학생들의 6·10집회를 계기로 “호흡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정부여당은 정책 이슈를 제기하는 것 못지않게 이후 집행과 관리가 더 중요한데 황우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이를 거의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한 재선 의원도 “도대체 당의 정확한 입장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등록금 논의 채널을 통일하고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강봉균 의원을 포함한 중도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당 지도부 견제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하루 만에 사립대에도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공약으로 무책임하게 판을 키우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수년간 수렴한 당론은 온데간데없고 이렇게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다가는 국민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선진당은 대학 등록금 지원에 앞서 부패 사학 퇴출과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태도다. 변웅전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반값 등록금 이전에 대학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소리가 사회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부패사학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해 현재 340개 정도의 대학을 250개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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