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의원들 의사당 출입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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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60년만의 민주선거’ 대통령 결선투표 무사히 끝났지만…
헌재 3일전 의회 해산 명령… 무르시 vs 샤피끄 후보 팽팽
투표결과는 21일 공식 발표

헌법재판소의 의회 해산 명령으로 이집트 민주주의가 격랑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결선투표가 17일 큰 폭력사태 없이 마무리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종 투표결과는 21일 공식 발표된다.

16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이번 선거에 대해 파루크 술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차 투표(46.2%) 때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61)와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71) 중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다고 이집션가제트는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가 전국 27개 주 1만3000개 투표소에 15만 명의 군인을 배치한 가운데 실시된 이번 투표에서는 ‘사라지는 잉크’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슬림형제단 선거운동원들이 사용 후 4시간이 지나면 잉크 자국이 모두 없어지는 펜 18만 개를 인도에서 수입해 상대측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지역에 배포했다는 루머가 떠돈 것. 무슬림형제단 측은 이를 부인했고, 선관위와 내무부는 투표소에 비치된 공식 펜 5만 개를 교체하는 한편 공식 펜 이외의 다른 펜은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의 의회 해산 명령으로 입법권을 다시 쥐게 된 군 최고위원회(SCAF)는 15일 하원에 해산을 명하는 공식 통지문을 보낸 뒤 16일에는 “새로운 과도헌법을 만들 계획이며 자체적으로 제헌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은 “국민들에게 의회를 해산할지 물어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회 해산 명령은 이미 실행에 옮겨져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의원들의 의사당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군부 측인 헌법재판소가 의회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서 진행된 민주화 진전을 모두 거스르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샤피끄가 당선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군부 측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집트#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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