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형 6평 ‘기후캐빈’… 우리도 ‘월든’에 살 수 있다[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2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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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모듈-전기저장장치 등… 지속가능기술 적용해 에너지 자립
캐빈 카페-캐빈 책방과 함께하면… 자연속 초소형 커뮤니티 마을 가능
소로의 ‘월든’ 같은 생태적 삶 모색

전시회에 선보인 6평 규모의 세컨드하우스 ‘기후캐빈’. 최소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쓰며 소로의 저작 ‘월든’처럼 생태주의적 삶을 살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전시회에 선보인 6평 규모의 세컨드하우스 ‘기후캐빈’. 최소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쓰며 소로의 저작 ‘월든’처럼 생태주의적 삶을 살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김동규 사진작가 제공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작지만 효율-친환경성 큰 집


집은 늘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한 발짝 물러나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인 세대가 확대되면서 혼자 사는 집의 주방 면적은 크게 줄어들었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집의 일부 공간은 업무를 보기 적합한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공유 서비스 분야의 확대로 이제 공유 주거는 일반적인 주거 형태의 일부분으로 정착되고 있다. 좁은 공간이지만 주택에 살고픈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이면서도 개성이 드러나게 지은 협소주택들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외국의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로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나 캐빈 하우스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측면에서 변화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집의 크기는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집에서 했던 많은 행위가 공유되거나, 사업화되어 집의 일상이 외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는 ‘새로운 분야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배경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한 예로 인공지능이 펼쳐질 세상을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이 ‘인공지능 리터러시’다.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집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가 가속화되었고, 인구의 감소와 1인 세대의 증가, 기후위기, 도시 과밀화 등의 요인으로 급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살펴보면 이런 급변하는 일상생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활의 리터러시’를 익히기 위해서다. 집을 유연하게 사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생활의 리터러시’는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요리하고, 공부하고, 씻고, 빨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잔치를 열고, 제사를 지내는 등 집에서 하는 일상적인 행위들을 집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게 되고, 집의 물리적 크기도 줄어들게 되면서 집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집은 모든 산업의 교차점이기에 경직되고 축소된 집은 산업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저해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난 집은 무거운 의무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질 것이고 산업들도 그에 맞게 재편될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 약 가로 3m, 세로 4.6m의 작은 오두막을 짓고 생태주의적 삶의 바이블인 ‘월든’을 썼다. 월든 호숫가에 있는 소로의 오두막집 모형. 사진 출처 로스트 뉴잉글랜드 닷컴 홈페이지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 약 가로 3m, 세로 4.6m의 작은 오두막을 짓고 생태주의적 삶의 바이블인 ‘월든’을 썼다. 월든 호숫가에 있는 소로의 오두막집 모형. 사진 출처 로스트 뉴잉글랜드 닷컴 홈페이지
고도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 전환되면서 가장 큰 생활의 전환 중 하나는 ‘일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심으로 중력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캠핑이나 달리기와 같은 레저가 크게 성장하고 있고, 도시와 시골을 번갈아 가면서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로컬에 활력을 불어일으키려는 모습도 이런 생활의 질을 전환하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작년 한 전시회에서 작은 집의 의미와 집의 다양성을 보이기 위해 ‘기후캐빈’이란 이름으로 6평(약 20m2) 규모의 세컨드하우스를 전시했다. 6평이라는 크기는 집으로는 너무 작아 보이지만 실제 경험한 사람들은 “충분한데”라는 반응이었다. 작은 집의 첫 번째 의도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건전함이었다. 5일의 전시 기간 동안 전기차의 전기만을 써서 조명과 냉장고, 커피메이커 등을 사용했다. 집의 면적이 작기 때문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태양광 모듈, 전기저장장치(ESS), 빗물탱크 등 지속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작은 집의 두 번째 의도는 자연이 커지는 집이다. 집이 작으면 당연히 조경 면적을 넓힐 수도 있고, 기존에 조경이나 수목이 있다면 그것을 훼손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자연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작은 집은 상대적으로 큰 외부 공간을 가질 수 있기에 실내에서 할 수 없는 캠핑이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어 ‘집의 리터러시’를 확대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바람을 형상화하기 위해 침대 하나와 책상만 있는 1평집, 집은 텐트로 대신하고 화장실과 샤워부스만 있는 집, 외부 덱을 중심으로 두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집 등 1평에서 10평 내외의 수십 개의 다양한 작은 집을 디자인했다. 캐빈 카페, 캐빈 책방 등 몇몇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한다면 작은 집들은 자연에 있는 초소형 커뮤니티 마을이 될 수 있다.

생태주의 철학의 기반을 세운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위치한 월든 호숫가에 대략 가로 3m, 세로 4.6m의 작은 오두막을 짓고, 생태주의적 삶의 바이블인 월든(walden)을 썼다. 4평 남짓한 그의 집 현관을 열면 왼쪽에는 침대가 있고, 현관 오른쪽에는 조그만 창이 하나 있는데 그 창 아래 소로가 집필할 때 썼던 조그만 책상과 의자가 있다. 그리고 현관의 맞은편에는 벽난로와 의자 하나가 있을 뿐이다. 정말로 작은 공간이기에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채 살 수 있었고 그의 생활이 투영된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에게 삶의 영감을 주고 있다. 집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나의 생활과 내적 정신을 투영한다. 기존에 사는 방식이 아니라 나로서 사는 집을 맞이할 기회가 지금 우리에게 오고 있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기후캐빈#월든#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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