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난민 행렬… 해법없는 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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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사태
7월에만 불법 입국 10만7500명… 獨-佛 정상 “부담 공평하게 나눠야”
獨, 처음 도착한 국가에 상관없이 시리아 난민 모두 수용 ‘파격 조치’

유럽의 난민 유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를 겪고 있다.

EU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는 7월 한 달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불법 입국한 난민이 10만7500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7월까지 유럽으로 입국한 난민들은 총 34만 명으로 지난해의 28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 국가별로는 그리스로 들어온 난민이 16만 명으로 가장 많고,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도 10만 명 이상이 밀려왔다. 지중해상에서 난민선이 뒤집어져 목숨을 잃은 난민도 올해 2100명을 넘어섰다.

EU가 지중해에서의 난민선 단속 강화에 나서자 최근에는 터키에서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세르비아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독일, 영국,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로 가려는 ‘에게 해-발칸’ 경로를 택한 난민들이 폭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마케도니아로 수천 명의 난민이 경찰과의 대치 끝에 들어갔으며, 이들 중 2000명이 세르비아를 거쳐 ‘솅겐 조약 국경’인 헝가리로 몰려가고 있다.

영국도 프랑스와의 국경인 프랑스 북부지방 칼레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려는 난민들 밀입국 시도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칼레에서는 수단,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아프가니스탄 등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지에서 온 난민 3000여 명이 ‘정글’이라고 불리는 난민촌에 모여 살고 있다. 난민들은 영불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이나 칼레 항의 페리에 몰래 숨어서 영국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급기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시간이 얼마 없다. EU 회원국들은 난민 위기의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정부는 이날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들에게 처음 도착했던 국가와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기를 원할 경우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EU 지역에 들어온 난민의 경우 처음 발을 들여놓은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더블린 규약에 반(反)하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동안 더블린 규약은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등 EU 외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에만 부담을 지우고 독일 영국 등 국경이 맞닿아 있지 않은 다른 국가들에는 난민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캠프에 있는 난민 4만 명을 EU 회원국이 골고루 나누어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독일은 가장 많은 1만500명 수용을 받아들였으며 프랑스는 6750명을 수용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영국,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그리고 발트 연안 국가들은 할당된 난민을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명했다.

::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 ::

1995년 발효된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국경 개방 조약. 회원국 중 영국 등을 제외하고 총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가입국 국민은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국경을 오갈 수 있으며 여권 없이 자국 신분증만으로도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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