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이란… 국내 건설은 희색, 정유는 기대 반 걱정 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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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제2중동붐 탄력”… 정유업계 원유 수입다변화 촉각
유가 하락 따른 마진 축소 경계

이란 핵(核) 협상의 극적 타결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부터 원유 공급량이 증가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유업계가 유가 하락을 우려하는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제2의 중동 붐’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철강·물류업계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의 원유 공급량이 내년부터 지금보다 100만 배럴 안팎 늘어날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평가 손실 증가, 석유 제품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유가가 소폭 상승하면서 간신히 실적이 개선됐는데 이란의 증산으로 재고 가치와 제품 값이 다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를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원가 절감 효과와 제품 가격 하락 양쪽 측면을 모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 생산 증가 폭이 둔화됐고, 경기회복과 저유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란의 공급 확대가 국제 유가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失)보다는 수급처 다변화 등 득(得)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4일(현지 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6.25달러로 전일 대비 1.5달러 하락했지만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건설업계에는 인구 80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이란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두 번째 경제 대국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이란 핵 협상 극적 타결, 거대 이란 시장이 열린다’ 보고서를 통해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제2의 중동 붐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이란에 대한 수출액은 2012년 62억6000만 달러였지만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로 지난해 41억6000만 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핵 협상 타결은) 최근 새롭게 불고 있는 중동 붐을 더욱 활성화하고 우리 기업의 중동 진출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돼 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란의 건설 시장 규모는 2016년에 154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3년(887억 달러)의 약 2배 수준이다.

이날 국내 건설업체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란의 공사 발주가 재개되면 최근 해외 수주가 부진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금호산업, 진흥기업, 범양건영 등이 줄줄이 상한가까지 올랐고 현대산업개발(5.18%) GS건설(4.92%) 현대건설(3.62%) 등 대형 건설사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건설, 대림산업의 우선주들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확대되면 2010년 이란 경제 제재 이후 끊겼던 석유정제플랜트와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란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인구가 8084만 명으로 자체 소비 시장이 커서 제재만 해제되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주애진·이샘물 기자
#이란#건설#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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