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잡은 안철수… 정책대안 있어야 ‘3黨 존재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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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4·13표심/국민의당]

“당선 축하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서울 관악갑에 당선된 김성식 당선자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준 뒤 축하의 뜻으로 포옹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선 축하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서울 관악갑에 당선된 김성식 당선자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준 뒤 축하의 뜻으로 포옹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122석)과 더불어민주당(123석) 모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원내 제3당이 된 국민의당은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확실하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특히 여야 간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등장은 국회에 새로운 정치 관행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호남 자민련’ 꼬리표 뗄까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출발하게 됐다. 20년 전인 15대 총선 당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출현과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자민련은 각각 호남과 충청이란 지역을 기반으로 창당됐고, ‘지역 홀대론’이 지지층 결집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연이지만 두 당을 상징하는 색깔도 같은 녹색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엔 ‘호남 자민련’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국민의당이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언젠가 자민련처럼 거대 양당 중 한 곳으로 흡수될 운명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자민련과 차이가 있다. 자민련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보수’로 한정돼 신한국당(현 새누리당)과 지지층이 겹쳤다.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당과는 달리 사실상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있고, ‘정치 혐오층’으로 불리는 무당층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녹색 돌풍의 근원 역시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과 함께 ‘제3의 정치’를 희망하는 일부 새누리당 지지층과 무당층이었다.

실제 이번 선거 결과 38석을 얻은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은 26.74%를 기록해 제1정당인 더민주당의 25.54%보다 높았다. 특히 당선자를 2명밖에 내지 못한 서울에서 28.3%를 얻어 더민주당(25.93%)을 제쳤고, 대구에서도 17.42%를 얻어 더민주당(16.30%)을 따돌렸다. 김경록 대변인은 14일 “국민의당을 호남당이라고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인해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의석 300석을 정당득표율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80석 정도 얻는 게 맞다”고 말했다.

○ 구체적 정책 대안 제시해야 생존


지지층 확장 가능성은 국민의당이 전국 정당화를 자신하고 있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3당 체제’를 정립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해낸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대안’을 찾고 있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국민의당이 경제, 안보 분야 등에서 구체적 정책 대안부터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에서 여야 간 갈등을 빚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대해 정부 측 보완 의견을 수용하되 재벌 편법 상속에 악용될 가능성은 향후 국회에서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선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한 상태로 우선 제정하고, 보건·의료 분야 포함 여부는 추후 보완키로 한 바 있다. 반면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반대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노동 4법 등에 대해서는 더민주당에 비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 대안이 부족한 양비론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명지대 김형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당은 기존의 야당과 달리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거대 양당의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며 “섣불리 통합부터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당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총선#국민의당#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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