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남 귀국 설득하라”… 요원들 보내 3차례 접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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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배후에 北그림자]귀국않자 망명 우려해 독살 지시했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되기 전 북한으로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최소 세 차례 김정남을 접촉해 설득했다는 것으로 김정남의 피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북한의 간부급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은 소란 피우지 말고 본인 스스로 귀국하도록 설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국가보위성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0일경 김정남의 거처가 있는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만나 김정은의 지시를 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즉답을 피한 채 “생각해볼 기회를 달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RFA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은)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껴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을 우려해 암살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RFA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에게 두 차례 김정남을 만나도록 했다”며 “라오스의 북한 외교관이 직접 김정남을 만나 김정은의 서신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서신을 통해 김정남에게 귀국을 회유했을 것이라고 RFA에 말했다.

이 소식통 역시 RFA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정남이 확답하지 않자 김정은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정남은 자신의 신변이 노출돼 언젠가는 암살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평소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김정남의 단골 식당 주인 앨릭스 황 씨는 “김정남은 폐쇄회로(CC)TV 촬영을 방해하는 장치도 갖고 있어 김정남이 식당을 떠나고 나면 항상 CCTV에 남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고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가 16일 보도했다.

더스타에 따르면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를 찾을 때마다 5성급 호텔에만 머물렀다. 도심에 식당이 많았지만 보안 요원이 있는 스타힐 갤러리만 찾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마카오를 오갔는데 마카오에 사는 부인이나 싱가포르인 여자 친구와 함께 말레이시아를 찾기도 했다. 보통 말레이시아에 오면 10∼15일간 머물다 갔다.

더스타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북한에서 숙청된 고모부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로 있던 2010∼2013년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왔다고 전했다. 2013년 장영철이 북한으로 소환돼 처형된 후엔 1년가량 발길을 끊었다가 2015년과 2016년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고 한다.

황 씨는 “김정남은 이번에 재정적으로 도와줄 사업가나 동료를 만나려 했을 것”이라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김정남을 각별히 경호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느슨히 해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에는 마카오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요원들과 김정남의 경호원들 사이에 유혈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일본 언론은 김정남이 피살된 것은 중국이 그동안 해온 경호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김정남을 버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할 의미가 줄어들면서 경비도 허술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김정남 암살 정보를 알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이 정말 김정남을 보호하려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리 없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00년부터 중국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마카오, 동남아시아 국가 등 3곳에 각각 김정남의 내연녀와 자녀가 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 김정남 생활비의 일부를 보태 왔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과거 김정남이 중국 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갈 때 중국은 반드시 경호팀을 보내 살해 위협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남이 피살되기 직전 그의 5촌 이내의 친척인 김모 씨가 최근 탈북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50대로 알려진 이 인물은 중국을 오가며 김정남과 그의 가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아내 및 아들, 딸과 함께 10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 뒤 감시하는 국가보위성 요원들을 따돌리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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