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 아라이 “무기” 선고에 멍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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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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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해적 1심 재판

“피고인들은 모두 일어서 주세요.”

27일 오후 7시 반 재판장이 선고를 위해 기립을 시키자 변호인 뒤편에 선 소말리아 해적 4명은 바짝 긴장했다. 재판장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헤드폰을 똑바로 고정시켰다. 압둘라 알리는 불안한지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함마드 아라이, 이름과 출신 주거지는 어디지요.”

다른 해적과 달리 재판 기간 내내 별다른 긴장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아라이는 이번에도 윗몸을 흔들며 거만한 태도로 재판장의 묻는 말에 대답했다. 그는 아울 브랄라트가 인적사항을 말할 때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왼손을 편 채 교도관에게 제스처를 하다 제지당했다.

“해군의 1차 작전 때 총격을 가한 사실과 김두찬 갑판장에게 상해를 가하고 윙 브리지로 선원을 내몬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재판장의 말이 이어지자 아라이는 재판장을 의아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아라이는 중형이 불가피하다. 선박 강취 등이 적극적이었고 활동적이다. 아라이는 무기징역.” 순간 아라이의 몸이 굳어지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던 그는 뒤를 돌아보며 두리번거렸다. 브랄라트는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는 듯했다. 압디카다르 이만 알리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압둘라 알리는 어리둥절한 채 무덤덤했다.

해적들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확정될 때까지 부산 사상구 부산구치소에서 미결수로 수감된다. 한곳에 모아두면 사건과 관련해 서로 입을 맞추는 등 재판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화장실과 세면대 등을 갖춘 3.12m²(0.94평) 크기의 독방에서 생활한다.

다음 달 3일까지는 항소 여부가 결정된다. 항소는 해적이나 검찰 모두 할 수 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1심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항소심은 일반재판으로 진행된다. 항소심 선고에도 어느 한쪽이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간다. 이들이 확정 판결로 기결수 신분이 되면 외국인 전용 교도소인 천안교도소나 대전교도소로 옮겨 형기를 채운다. 일부 해적이 희망하는 귀화도 형기를 모두 채운 뒤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이날 선고공판을 취재한 외신기자로는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AFP 기자가 전부였다. 재부산 일본총영사관 고토 히로아키(後藤宏明) 영사는 “동아시아에서 해적재판은 처음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중동지역으로 나가는 배가 많아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고 싶어 방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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