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8년만에 첫 고위급 핵협상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4일 03시 00분


오만 중재로 간접회담 ‘탐색전’
美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이란 “저항의 축 전략은 협상 안해”
트럼프 “양국 대화 꽤 잘 이뤄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왼쪽)과 미국 대통령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 AP 뉴시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왼쪽)과 미국 대통령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 AP 뉴시스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12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만나 ‘이란 비(非)핵화’를 둘러싼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외교안보 인사들이 만나 회담을 한 건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약 2시간의 회담을 가졌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인 ‘레드 라인’을 확인했다. 미국 측은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 윗코프 특사는 회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가 협상의 시작”이라고 못 박았다. 또 이번 협상에선 핵 개발 일몰 제한을 두지 않고 실질적인 감찰 조치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존 이란 핵합의에서 이란의 핵 활동 감시 규제 기간을 프로그램별로 10∼15년으로 시한을 두고 재협상하기로 한 이른바 일몰 조항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에 그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핵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여기에 반발한 이란은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 2021년부터는 우라늄 농축도도 준무기급인 60%까지 올린 상태다.

이란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 군사력의 축소나 헤즈볼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후티 반군(예멘) 같은 반(反)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를 활용한 이른바 ‘저항의 축’ 전략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미국과의 핵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알리 하메네이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를 이란 삼부요인(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 대법원장)이 설득해 회담이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핵 시설이 공격 받고 경제난도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미-이란 회담은 이란 측 요청에 따라 양국이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그 대신 양국이 중재국인 오만의 바드르 알 부사이디 외교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간접 회담 방식을 택했다. 다만 WSJ는 회담 막바지 윗코프 특사와 아라그치 장관이 몇 분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양측은 19일 무스카트에서 회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양국 회담이 끝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협상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생각으론 이란과의 대화는 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 협상이 파행으로 끝날 경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 옵션 사용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이란 비핵화#미국-이란 회담#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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