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장기전 대비하는 中…“끝까지 싸운다” 대국민 홍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0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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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민일보 “단호히 반대하고 끝까지 싸우는 게 중국의 자세”
SNS엔 미국산 불매 ‘애국소비’ 강조하는 게시물 봇물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8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전쟁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내부 결속과 국제 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여론전 시작으로 수출 감소로 인한 피해를 상쇄해줄 내수 확대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미중 모두 경제적 피해가 쌓여가더라도 미국에 비해 중국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통제와 관리가 용이한 만큼 장기전으로 가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9일 올린 게시물.  출처: 웨이보
중국 런민(人民)일보가 9일 올린 게시물. 출처: 웨이보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9일 저녁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이날 발표된 중국의 대미 보복조치 내용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빨간색 바탕에 ‘단호히 반대하고(堅決反制), 끝까지 싸우겠다(奉陪到底)’는 여덟 글자가 적혀있고, 그 가운데로 ‘이것이 바로 중국의 자세’라는 문구를 넣었다. 런민일보는 게시물을 올리며 “리트윗을 통해 응원해달라”라고 적었고, 다른 중국 매체나 네티즌들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 문구는 최근 중국 정부나 관영매체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결연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때 자주 쓴 표현이다. 특히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역사적으로 빈곤과 어려움의 시대를 꿋꿋이 버텼다”고 강조했다. 미중 통상전쟁으로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견뎌내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알려진 지난 2일 이후 중국 SNS에서 ‘애국 소비’를 강조하는 게시물들이 늘어났다. 관세 부과로 해외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국내 소비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중국 네티즌들은 “소비야말로 진정한 애국”, “국내 소비를 늘려서 미국을 화나게 하자”라고 주장했다. 스타벅스나 나이키, 애플 등 미국 유명 소비업체들의 제품을 쓰지 말자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 이처럼 유례없이 높은 대(對)중 관세 폭탄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확대에도 활용하며 장기전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모양새다.

이런 움직임은 일당독재이자 권위주의적인 중국 사회의 특성과 결합 돼 영향력이 더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주요 국유 투자사들을 활용해 중국의 상장지수펀드(ETF)와 국유기업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70여 개의 중국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하루 만에 증시에 100억위안(약 2조 원)이 투입됐다고 관영 매채들은 전했다. 이밖에도 중국의 유명 유통업체인 용휘마트는 글로벌 공급망 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 판매 채널을 개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고,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중국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중국 지도부가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솟는 관세로 미중 양국이 모두 피해를 보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기업 가치 하락 등이 가시화 될 경우 중국보다 미국이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중국은 미국 기업 제재나 희토류 통제 등 통상 전쟁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점할 수단을 갖춰왔고, 이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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