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일반 메신저 앱인 ‘시그널’에서 보안 조치도 없이 군사기밀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시그널 유출(Signal Leak)’ 사태는 유명 반(反)트럼프 성향 언론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단체 대화방을 만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실수로 이 언론인을 대화방으로 초대한 것. 대화방 멤버였던 J D 밴스 부통령, 왈츠 보좌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예멘 후티 반군 폭격 계획’을 논의했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불만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내용은 이 언론인을 통해 공개됐다. 바로 시사잡지인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60·사진)이다.
미국 뉴욕 출신의 유대인인 골드버그는 펜실베이니아대를 중퇴하고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이스라엘군으로도 복무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유력 매체에서 기자 경력을 쌓았다.
디애틀랜틱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07년. 데이비드 브래들리 당시 디애틀랜틱 사장이 골드버그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자녀들에게 조랑말까지 선물한 이야기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다. 2016년 골드버그가 편집장이 된 뒤 디애틀랜틱은 2021년 퓰리처상을 처음 받은 데 이어 2022, 2023년에도 이 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엔 친정인 WP 출신의 베테랑들을 영입해 정치부를 강화하고, 발행 횟수도 연 10회에서 12회로 늘렸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드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 채팅방에 가장 부르기 싫어했을 법한 사람”이라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부터 악연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골드버그는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패배자’, ‘바보’로 불렀다며 “그가 2018년 프랑스 파리 외곽의 엔마른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한 건 비 오는 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 봐 걱정해서”라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디애틀랜틱은 실패한 급진 좌파 잡지”라며 골드버그는 ‘사기꾼”, ‘악당’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2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며 골드버그를 비난했다.
한편, 왈츠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대화방 유출 사건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왈츠가 교훈을 배웠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해 일각에서 제기된 경질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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