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편-상호관세” 中 “보복관세”…극단 치닫는 ‘글로벌 통상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9일 19시 46분


“다른 나라가 미국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하겠다. 더 많이도 더 적게도 바라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상호 관세’의 부과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상대국의 관세율과 동등한 수준으로 부과하는 상호 관세 적용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요국과의 ‘통상 전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상호 관세를 휘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대폭 부과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TO 체제는 각국이 사전에 합의한 ‘최대 관세율(bound tariff)’ 등을 초과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매체 배런스는 상호 관세 및 통상 전쟁으로 관세율이 광범위하게 오르면 WTO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자유무의 원칙을 뒤집는 조치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랑곳않고 WTO 체제에 정면 도전할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비록 30일간 유예를 두기로 했지만 그간 사실상 무관세였던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25%의 보편 관세(전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에는 4일부터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폭풍’ 서막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무기 목록에 상호 관세까지 추가하면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무역적자 해소 위해 상호관세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시바 총리를 옆에 둔 채 “미국과 일본 사이엔 10억 달러(약 1조4650억 원)의 무역 적자가 있다. 이를 균형으로 되돌리는 것이 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일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를 저해한다.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상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히 그는 상호 관세가 교역 공정성을 찾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정 국가나 세부 적용 품목을 설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관세 적용 품목으로 ‘자동차’를 콕 집어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려고 한 방안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한 옵션”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는 자동차를 공급하지 못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공급하는 사례가 있다. 이것을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거슬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EU와의 자동차 무역 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상호 관세 적용 범위에 대해선 “모든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 때 무역 적자 문제가 집중 거론된 일본은 물론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이던 2018년에도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WTO 규정을 기반으로 한 국제무역 질서의 훼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WTO는 ‘규칙’에 기반한 체제지만 상호 관세 조치는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겠다는 전략”이라며 “WTO의 분쟁 해결 체제까지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미중 정상 통화 계속 지연

중국 역시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 또한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4일 미국이 중국에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즉각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8개 품목에 15%,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와 픽업트럭 등 72개 품목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관세 개시 전 양국이 협상해 극적인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지만 아직 양국 모두 협상 의지를 적극 드러내지 않았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두고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 역시 미중 고위급 통화에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중국#통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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