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네타냐후-신와르 체포영장 동시 청구…바이든 “동일시 말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1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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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2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양측 지도부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야히야 신와르 군사지도자 등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outrageous)”며 “양측은 같은 급이 아니다(no equivalence)”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 “다수 민간인을 희생시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적용해 네타냐후 총리와 요하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하마스 측도 신와르와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모함메드 데이프,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체포영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i24뉴스는 “ICC가 미 동맹 최고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은 첫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동일 전쟁에 대한 범죄 혐의지만 세부 내용은 다소 다르다. 이스라엘은 가지지구 민간인들을 굶어 죽게 만든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무게를 뒀다. 이에 비해 하마스는 납치와 성범죄 등 ‘전쟁 범죄(war crimes)’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칸 검사장은 성명에서 “국제법은 모두에게 적용되며, 아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영장이 발부되면 체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는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마스가 속한 팔레스타인은 2015년 ICC에 가입했지만, 이스라엘은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되면 네타냐후 총리 등은 회원국 124개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될 수 있다. 한국도 2003년 가입했다. 게다가 지도자에 전쟁 범죄 혐의가 적용되면 무기 수출입 등도 차질을 빚는다. AP통신은 “통상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은 2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덕적인 이스라엘군을 하마스의 괴물들과 비교해선 안 된다”며 “현실 왜곡이며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했다. 하마스 지도부도 비난 성명을 내놓긴 했으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신와르 등이 가자지구를 거의 떠나지 않아 크게 상황이 바뀔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ICC 검찰이 시시하는 바가 무엇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같은 급이 아니다”며 “미국은 모든 위협으로부터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ICC 회원국이 아닌 미국은 앞서 “휴전 협상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장 청구 연기를 요청해왔다.

스코틀랜드 파키스탄계 가정에서 태어난 칸 검사장은 30여 년 동안 국제 형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발부됐던 체포영장도 그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칸 검사장은 어떤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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