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5년만에 최대 강진… TSMC공장 가동 일시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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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7.2… 건물 붕괴 최소9명 사망

강진 덮친 대만…  붕괴위기 도심 8층 빌딩 3일 대만 북동부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화롄 도심의 8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땅에 맞닿을 정도로 
심각하게 기울었다. 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대만 중부 난터우현을 강타해 2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다. 사진 출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강진 덮친 대만… 붕괴위기 도심 8층 빌딩 3일 대만 북동부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화롄 도심의 8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땅에 맞닿을 정도로 심각하게 기울었다. 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대만 중부 난터우현을 강타해 2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다. 사진 출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3일 대만 북동부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2400여 명이 숨진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다.

대만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은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중부 타오위안 등 대만 전역은 물론 바다 건너 중국 남서부 푸젠성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산사태와 건물 붕괴가 이어져 대만에서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현재 최소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다쳤다.

지진 발생 직후 건물들이 약 1분간 격렬하게 흔들렸고 일부는 무너지거나 중심을 잃고 심하게 기울어졌다. 붕괴된 건물에 최소 50여 명의 주민이 갇혀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진 직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진원지에서 130km 떨어진 주난 지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대만에 인접한 일본 오키나와현과 필리핀에도 한때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오키나와에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된 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후 13년 만이다. 오키나와는 주일미군 기지 여러 곳이 있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요충지라 비상이 걸렸다. 다만 큰 피해는 없어 경보는 이날 오후에 해제됐다.

이번 지진은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나 에너지 전파 방향 등으로 한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등에서 지진이 이어지는 만큼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폭 32개 위력에… 화롄 건물 붕괴-산사태, 대만 전체가 흔들


[대만 25년만에 최대 강진]
150차례 여진 이어져 950여명 사상… 출근길 시민들 비명 “재난영화 방불”
150km 떨어진 타이베이 5.0 진동…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쓰나미 경보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밖으로 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도로 폭삭… 긴급대피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 북동부 화롄의 진웬 터널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진에 따른 산사태로 완전히 무너졌다. 이 여파로 최소 60명이 이 터널에 갇혔다고 당국이 밝혔다. 인근 터널에는 독일 국적자 2명도 갇혀 지진의 후폭풍이 상당함을 보여준다(위 사진). 지진 발생 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직원들이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주과학단지 내 공장에서 급히 빠져나오고 있다. 화롄=신화 뉴시스·사진 출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도로 폭삭… 긴급대피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 북동부 화롄의 진웬 터널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진에 따른 산사태로 완전히 무너졌다. 이 여파로 최소 60명이 이 터널에 갇혔다고 당국이 밝혔다. 인근 터널에는 독일 국적자 2명도 갇혀 지진의 후폭풍이 상당함을 보여준다(위 사진). 지진 발생 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직원들이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주과학단지 내 공장에서 급히 빠져나오고 있다. 화롄=신화 뉴시스·사진 출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3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동부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타이베이 시민 훙모 씨가 현지 매체 롄허보에 전한 지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그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까지 울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현 남동쪽 25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대만 전역을 강타했다. 진앙에서 약 150km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진도 5의 진동이 감지됐다. 출근길 타이베이 지하철에서는 심한 진동으로 곳곳에서 승객들이 주저앉고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은 지진 규모를 7.4, 일본은 7.7까지 높여 발표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다.

인구 35만 명이 거주하는 북동부 거점도시 화롄은 진원과 가까워 피해가 특히 컸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등산객 3명이 낙석에 맞아 숨졌고, 동쪽 해안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진 당시 도심의 8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지자 행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만 기상청은 “진원이 육지와 가깝고, 깊이도 매우 얕은 편이라 대만 전역에서 진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책상에 올려둔 커피나 향수병이 모두 쏟아졌다. 무서워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20∼30초 동안 진동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타이베이 지하철은 이날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열차는 운행 재개 이후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 운행했다. 또 대만 전역에서 36만87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첫 지진 발생 약 10분 뒤 6.5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이날만 15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 또한 “앞으로 3, 4일간 6.5∼7.0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 난터우현 일대를 강타한 ‘921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꼽힌다. 당시 7.3 규모의 강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고 8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은 921 대지진 이후 공공과 민간 건물 모두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 버틸 수 있게 설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1999년 지진 당시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원 깊이가 15.5km로 얕아 내진 설계에도 건물이 무너졌다.

이웃 일본과 필리핀도 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지진 발생 이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공영 NHK방송은 정규방송 대신 긴급 특별 재난방송을 전했고, 필리핀 또한 해안 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경고했다. 다만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쓰나미 위협이 대체로 지나가 양국의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아직까지 지진에 따른 대만 내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 일대에만 약 5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즉각 구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본토(중국)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에게 애도를 표한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대만#최대 강진#tsmc공장#가동 일시중단#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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