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벽지 발라라”…논란 휩싸인 이집트 피라미드 복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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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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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Giza) 지역에서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벽을 화강암으로 재포장하는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dr_mostafa_waziry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Giza) 지역에서 멘카우레 피라미드 외벽을 화강암으로 재포장하는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dr_mostafa_waziry
4500년 전 고대 유적인 피라미드의 외벽을 화강암으로 재포장하는 복원 프로젝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Giza) 지역의 멘카우레 피라미드에 대한 복원 공사를 추진 중이다.

기자 지역의 ‘3대 피라미드’ 중 가장 작은 멘카우레 피라미드는 본래 외벽이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져 나갔다. 이번 공사는 사라진 화강암층을 재구성해 원형을 복원하려는 목적이다.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세기의 프로젝트’라며 복원 계획 관련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 공사를 “21세기에 이집트가 세계에 선사하는 선물”이라고 지칭했다.

와지리 위원장에 따르면 이집트·일본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1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후 피라미드 3분의 1을 덮고 있던 화강암 벽돌을 복원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 인스타그램 @dr_mostafa_waziry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 인스타그램 @dr_mostafa_waziry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작업자들이 피라미드의 제일 아랫부분 외벽에 화강암 벽돌을 설치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존의 석회암 피라미드와는 다르게 새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자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피라미드에 타일 대신 벽지를 붙이는 것은 어떠냐”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우는 계획은 언제 진행되느냐”라며 비꼬았다.

일부 전문가도 비판에 나섰다. 이집트 고고학자인 모니카 한나는 “이집트 문화유산 관리들의 부조리를 언제쯤 멈출 수 있겠냐”며 “복원에 관한 모든 국제 원칙은 이런 식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의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화강암 벽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합리적인 복원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화강암 벽돌들은 수 세기 동안 존재해 왔으니 출처가 불분명한 벽돌을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피라미드가 화강암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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