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네타냐후, 휴전-인질석방 협상 거부… 美와도 파열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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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괴물’들과 협상불가” 반대
인질 가족들 총리 관저앞 텐트시위
美제안 ‘두 국가 해법’도 공개 거부
WSJ “우파 지지 회복 노림수” 분석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약 13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하마스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측이 제안한 인질 석방 및 휴전안을 전면 거부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요구에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를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인질 생명은 도외시한 채 지지 기반인 극우층 입맛만 고려한 강경책을 고수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질 가족들은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천막을 치고 연일 “당장 석방 협상을 시작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도 높은 지상작전에도 ‘하마스 궤멸’이라는 네타냐후 내각의 목표와 달리 하마스 대원의 일부만 제거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 네타냐후 “협상 불가” vs 하마스 “인질 죽을 것”
총리 관저앞 텐트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21일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와의 협상 대신 강경책만 고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며 “석방 때까지 천막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총리 관저앞 텐트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21일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와의 협상 대신 강경책만 고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며 “석방 때까지 천막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 ‘괴물’들이 제시한 협상 조건을 거부한다. 이스라엘인의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우리 병사도 헛되이 쓰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자신들 또한 인질을 풀어주고 휴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를 반드시 소탕해야 한다. 살인자와 강간범도 풀어줄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에 반발했다. 이들은 관저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당일 인질이 된 사람들이 벌써 107일째 포로 생활 중”이라며 “당장 석방시키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가자지구는 물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이 완전한 안보 통제권을 가지겠다며 “타협하지 않겠다. 총리로 있는 한 이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도 인질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 간부 사미 아부 주흐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 종료를 거부하면 하마스 인질의 귀환 가능성 또한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16쪽짜리 성명을 통해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선제 공격이 “이스라엘의 탄압에 맞서는 정상적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이 대거 희생되고 인질까지 납치한 것은 “우발적 사태”라고 변명했다.

● 하마스 소탕 지지부진… 회의론 고조
인질 석방과 하마스 소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과 달리 실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2만5000∼3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하마스 대원 중 20∼30% 수준인 1만여 명만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하마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익명 보도를 전제로 뉴욕타임스(NYT)와 접촉한 이스라엘 장군 4명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목표는 양립할 수 없다. 하마스 궤멸을 위한 전투가 장기화하면 인질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군사작전으로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NYT가 검토한 이스라엘군 문서에 따르면 군은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가자지구의 3대 도시인 가자시티, 칸유니스, 라파에서 ‘통제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라파로 진격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2인자’ 야히야 신와르, 군사 지도자 모하마드 데이프 등도 여전히 살아있다. 이스라엘군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신와르와 데이프 사살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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