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지금은 전쟁의 시간” 휴전 일축…가자시티 포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1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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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다, 가자지구에서 휴전은 없을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유엔이 지난달 27일 긴급총회 결의를 통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도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힘을 실어주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에 맞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도 공세 수위를 이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 네타냐후 “현 시점 휴전은 곧 항복”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진주만 폭격,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하마스와의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 시점 휴전을 요구하는 건 하마스, 테러, 야만성에 항복하라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정당방위’인 만큼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 수행 중 공격을 멈추면 하마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이스라엘은 이날 지상군을 증원하고,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외곽에 진지를 구축해 교전 중이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북으로 가자지구를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인 ‘살라흐 알 딘’에 주둔하며 도로를 봉쇄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포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최초 기습 공격 당시 납치했던 여군 오리 메기디시 이병을 전날 지상 작전에서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을 통해 석방된 인질 외에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자력 구출한 첫 인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진입을 단계별로 확대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군사 작전에 따른 성과임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수뇌부 사이에선 인질 석방을 위해 하마스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날 자체 방송 채널에 여성 인질 3명을 출연시키는 등 이스라엘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이 여성들은 방송에서 “집에 가고 싶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인질 석방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이란 지원’ 후티 반군, 사우디 공격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이 휴전 약 1년 6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 군인 4명이 숨졌다. 지난해 4월 사우디와 후티 반군의 휴전 협정 체결 후 발생한 첫 사상자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9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순항 미사일을 미 해군이 요격한 이후 발생했다. 이 중 한 미사일은 사우디군에 의해 요격됐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사우디가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은 우방국 사우디에 대한 방어를 약속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회담 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가 및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파트너를 방어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관련 물밑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통화를 한 뒤 “미국 시민과 외국인의 출국을 확보하기 위한 카타르 정부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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