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은 아들의 사진, 이 대통령을 강직하게 만들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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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다”
백악관 집무실에 놓인 사진에 담긴 사연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 인테리어 감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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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는 아들 보 바이든과 손자 로버트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는 아들 보 바이든과 손자 로버트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Every morning I get up and I say to myself; I hope he’s proud of me.”
(매일 아침 일어나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가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설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 군복을 입은 남성이 금발의 어린아이를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군복을 입은 남성은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 어깨에 태운 아이는 그의 아들 로버트입니다.

2009년 보 바이든이 이라크전쟁에서 귀국했을 때 마중 나온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6년 뒤 그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진을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한 것은 연설의 진정성을 전하려는 의도입니다. 보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favorite son’(총애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나의 영혼”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은 잘 통했습니다. 아들은 숨을 거두기 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Promise me, Dad, you’ll stay engaged.” ‘engage’는 ‘관여하다’라는 뜻입니다. 계속 공직생활을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자신이 떠난 뒤 아버지가 절망할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의 우려대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정치에서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것이 결국 자신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말입니다. ‘proud’(자랑스러운)는 부모와 자식 간에 자주 오가는 칭찬입니다. 대개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칭찬이지만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약속한 대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Oval Office’(둥근 사무실)라고 불리는 백악관 집무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집무실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아들 사진처럼 오벌 오피스는 가장 사무적인 공간인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을 장식했던 다양한 소품들을 소개합니다.

백악관 집무실 문을 나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옆쪽으로 보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과위쪽에 걸린 그림 ‘자유의 여신상에서 일하며’(Working on the Statue of Liberty). 위키피디아
백악관 집무실 문을 나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옆쪽으로 보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과위쪽에 걸린 그림 ‘자유의 여신상에서 일하며’(Working on the Statue of Liberty). 위키피디아


Freedom takes a lot of work.”
(자유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백악관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조형물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물론 자유의 여신상 실물은 뉴욕에 있습니다. 백악관에는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노먼 록웰의 ‘Working on the Statue of Liberty’(자유의 여신상에서 일하며)입니다. 1946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에 실린 그림입니다. 록웰은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미국 사회의 현실을 잘 묘사한 화가 겸 삽화가입니다. 열렬한 록웰 수집가인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기부했습니다.

이 그림은 자유의 여신상의 화려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신상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횃불을 청소하는 5명의 인부가 초점입니다. 아찔하게 높은 곳이기 때문에 팀워크는 생명입니다. 인부들은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횃불을 청소합니다. 밧줄에 양동이, 빗자루가 대롱대롱 걸려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미국이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처음 맞는 독립기념일 표지에 실렸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의 집무실에 빠지지 않고 걸렸을 정도로 사랑을 받은 그림입니다.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그림을 치우고 앤드루 잭슨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복원시켰습니다. 특히 이 그림을 좋아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자신의 영웅인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 위에 건 것을 보면 얼마나 이 그림을 아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치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책상 건너편. 책상에서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위치입니다.

록웰이 작품 설명으로 붙인 유명한 문구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습니다. ‘take work’는 ‘노동이 들어가다’ ‘노력이 투입되다’라는 뜻입니다. 작게는 자유의 여신상을 청소하는 인부들의 노력, 크게는 자유의 나라 미국을 지키는 국민의 노력을 말합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걸린 그림 ‘지켜야 하는 본분’(A Charge to Keep) 앞에서 웃는 모습.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걸린 그림 ‘지켜야 하는 본분’(A Charge to Keep) 앞에서 웃는 모습.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A Charge to Keep’ calls us to our highest and best.”
(‘지켜야 하는 본분’은 우리에게 최선과 최고를 다 하도록 요구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방문객이 찾아오면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이끄는 곳은 집무실 오른쪽 벽에 걸린 그림. 제목은 ‘A Charge to Keep’입니다. 독일 출신의 미국 화가 윌리엄 코르너의 1916년 작품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코르너의 그림을 텍사스 주지사 집무실에서 떼어와 백악관 집무실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할 정도로 애착이 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코르너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인의 투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charge’는 ‘부과’를 뜻합니다. ‘charge to keep’은 지켜야 하는 부과, 즉 본분을 말합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선교사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가파른 산을 넘는 선교사로부터 미국의 개척정신을 본 것입니다. 나중에 그림 속 주인공이 선교사가 아니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임기 말까지 전시했습니다. 자서전 제목까지 ‘A Charge to Keep’이라고 붙였습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회의를 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왼쪽).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want to buy that rocking chair.”
(저 흔들의자를 사고 싶어)
사무실에 흔들의자가 있다면? 어울리지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휴식용이라 사무실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rocking chair’라고 합니다. ‘rock’은 ‘흔들다’라는 뜻입니다. rock and roll(로큰롤)은 원래 ‘흔들고 구르는’ 음악을 말합니다. 그런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업무용 의자도 있었지만, 흔들의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 위에서 서류 보고, 회의하고, 전화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고질병인 요통 때문. 젊은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허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정계에 진출했을 때 앉거나 걷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흔들의자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시절 재닛 트라벨 박사의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코넬 의대 출신의 트라벨 박사는 통증 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케네디 의원은 트라벨 박사가 권하는 흔들의자에 앉아 상담을 받았습니다. 트라벨 박사가 얼마 전 의료업계 잡지에서 보고 우편으로 주문한 의자였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진료실을 나오던 케네디 의원은 요통이 크게 줄어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자 덕분이었습니다. 등 부분의 굴곡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덜했습니다. 케네디 의원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트라벨 박사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럴 때는 ‘that’을 강하게 해줘야 합니다. 트라벨 박사는 “파는 의자가 아니다”라며 의자를 제작한 가구업체를 소개해줬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버러의 ‘P&P 체어’라는 가내 수공업 의자 전문 제작업체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집무실용, 에어포스원용, 사저용 등 여러 개의 흔들의자를 P&P로부터 주문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사저용 흔들의자는 2005년 뉴욕 경매에서 9만6000달러(1억30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트라벨 박사와의 인연도 계속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트라벨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주치의입니다. 이후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장식용일 뿐 케네디 대통령처럼 즐겨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명언의 품격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를 시청하는 린든 존슨 대통령.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백악관 집무실에는 전통적으로 TV가 없습니다. 지도자의 TV 시청은 ‘한가하다’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TV광 트럼프 대통령도 TV를 시청하고 싶을 때는 옆방에 가서 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에 TV를 두기는 하지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액자처럼 위장시켜 놓았습니다.

당당하게 내놓고 TV를 본 대통령이 있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입니다. 텍사스 지역 정치인 시절 부인 명의로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했던 존슨 대통령은 취임 후 서둘러 TV를 설치했습니다. 전임 케네디 대통령의 인기를 부통령으로 지켜보면서 TV 매체의 위력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도 멀티스크린으로 3대를 나란히 설치했습니다. CBS, NBC, ABC 등 3대 공중파 방송 뉴스를 동시에 시청했습니다. 책상에서 일하면서 TV를 시청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존슨 대통령의 주특기였습니다.

하지만 TV는 존슨 대통령의 몰락을 몰고 왔습니다. 1968년 2월 27일은 미국 TV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입니다. 이날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역사적인 특집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베트남을 취재하고 돌아와 미국의 참전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특집 방송을 ‘크롱카이트 모먼트’(Cronkite Moment)라고 합니다. 케네디 대통령 타계 소식을 전한 방송과 함께 크롱카이트의 가장 유명한 방송으로 꼽힙니다.

If I’ve lost Cronkite, I’ve lost Mr. Average Citizen.”
(크롱카이트를 잃은 것은 미국 전체를 잃은 것이다)
이 방송을 집무실 TV로 시청하던 존슨 대통령은 옆에 있던 백악관 대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verage citizen’은 ‘평균 시민,’ 즉 ‘민심’을 의미합니다. 크롱카이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명언입니다. 베트남전에 대해 중립적이던 크롱카이트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은 참전 정책을 주도한 존슨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불붙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고 1개월 뒤 존슨 대통령은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실전 보케 360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드러눕기(die-in) 시위를 벌이는 모습. 하버드대 신문 ‘하버드 크림슨’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드러눕기(die-in) 시위를 벌이는 모습. 하버드대 신문 ‘하버드 크림슨’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문에 하버드대가 난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단체들은 하마스 공습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은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거액의 기부자들은 “하버드대에 실망했다”라며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테러를 옹호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대학 당국의 침묵이 “역겹다”(sickened)라고 했습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여성 수장인 클로딘 게이 총장은 “테러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존중한다”라는 미지근한 성명을 뒤늦게 발표했습니다. 기부 철회 움직임이 거세지자 게이 총장은 테러 규탄 쪽에 무게가 실린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가장 강한 세 번째 성명 내용입니다.

That’s a far cry from endorsing them.”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말에 동조한다는 것은 아니다)
‘far’는 ‘멀리,’ ‘cry’는 ‘울음’을 말합니다. ‘먼 울음’이 무슨 뜻일까요. ‘cry’는 ‘울다’라기 보다 ‘소리치다’ 정도로 보면 됩니다. 멀리서 소리치면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으면 서로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far cry from’은 ‘전혀 다르다’라는 뜻입니다. ‘different from’과 같은 뜻입니다. 게이 총장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처벌 면제와 주장 동조는 ‘다른 문제다’ ‘관계가 없다’라고 합니다. ‘endorse’(인도스)는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특정 제품 광고를 하거나 제품을 사용해 홍보하는 것은 ‘celebrity endorsement’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날은 대통령도 바쁘지만, 뒤에서 일하는 백악관 직원들은 더 바쁩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짐을 빼고, 취임하는 대통령의 짐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분주한 이사가 이뤄지는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2021년 1월 25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25/105089259/1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 이사 현장. 백악관 홈페이지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 이사 현장.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정신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통령 본인이 짐을 싸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사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백악관, 혼란의 이사 현장 밀착 취재.

It’s a mad dash.”
(미친 질주)
백악관 새주인이 되는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정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행진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돌아올 때까지 백악관 직원들은 이삿짐을 옮길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삿짐을 옮길 시간이 훨씬 줄어든 것입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올해 이사 과정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

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
(바이든 가족은 백악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많이 와봤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 이사 가는 집, 백악관의 내부를 훤히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어떤 장소에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합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
(언제 또 보자)
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내기할 때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덮은 뒤 “head?”(앞면), “tail?”(뒷면)을 맞힙니다.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이라고 합니다. ‘절반의 확률’(fifty-fifty chance)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flip’은 작별 인사를 할 때도 등장합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는 “(확률을 정할 수는 없지만) 언제 또 보자”라는 뜻의 매우 미국적인 인사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인사말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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