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계 극우 바람… 反이민 ‘핀란드인당’ 원내 2당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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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경제불안 등에 업고
8년만에 집권당 턱밑까지 올라서
伊 극우 총리-스웨덴 원내 2당에
불가리아 총선서도 극우당 약진

승리한 국민연합당  패배한 마린 총리 2일(현지 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가
 지지자들을 향해 원내 1당을 상징하듯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위쪽 사진). 자신이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이 원내 3당으로 
밀려나 재집권에 실패한 산나 마린 총리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헬싱키=AP 뉴시스
승리한 국민연합당 패배한 마린 총리 2일(현지 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가 지지자들을 향해 원내 1당을 상징하듯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위쪽 사진). 자신이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이 원내 3당으로 밀려나 재집권에 실패한 산나 마린 총리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헬싱키=AP 뉴시스
2일(현지 시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승리했다. 2019년 12월 당시 34세에 집권해 세계 최연소 국가 수반으로 주목받았던 산나 마린 총리(38)의 집권 사회민주당은 극우 핀란드인당에도 뒤진 원내 3당에 머물며 재집권에 실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와 경기 침체, 국가부채 및 사회복지 비용 급증 등으로 불안해진 표심이 안정을 주장한 우파로 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핀란드인당은 2015년 의회 입성 8년 만에 원내 2당 자리에 올라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서 불고 있는 극우 정당 바람을 이어갔다.

● ‘최연소 수반’ 마린 실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총선 결과 국민연합당은 득표율 20.8%로 48석을 획득했고 이어 핀란드인당 46석(득표율 20.1%), 사회민주당 43석(19.9%) 순이었다. 국민연합당은 침체된 경제 회복과 안정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 등으로 불안에 빠진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다만 전체 200개 의석 중 과반을 얻지 못한 국민연합당 페테리 오르포 대표(54)는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스퀘이크(Youthquake·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변화) 기수’로 떠올랐던 마린 총리는 전쟁 발발 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보 우려를 씻기 위해 중립국 지위를 내던지고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클럽에서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고 지난해에는 총리 관저에서 지인 및 연예인들과 춤을 추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린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전국 2위 다득표 당선자가 됐지만 총리 자리를 내놓게 됐다. 나토 가입을 추진하다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나토의 저주’란 얘기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취재진에 “핀란드가 4일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핀란드인당 약진, 계속되는 유럽 극우 바람


2015년 총선에서 첫 의석을 얻은 뒤 8년 만에 집권당 턱밑까지 올라선 핀란드인당은 지난해 여름부터 경제 불안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핀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목표로 한다. 국민연합당이 구성하는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핀란드 총선 결과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웨덴 선거처럼 우파로의 변화(a shift to the right)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 정계에서 극우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승리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됐다. 멜로니 총리는 자국 연안으로 향하는 난민 선박 수용을 거부해 EU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득표율 20%를 넘기며 73석을 차지해 원내 2당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41.5%를 얻어 극우 대선 후보 최초로 40%대 지지를 얻었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최근 연금 개혁 강행으로 민심을 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와 같은 날인 2일 총선을 치른 불가리아에서도 극우 부흥당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극우 강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400일 넘게 계속되면서 에너지 위기와 고금리, 고물가로 서민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는데도 집권당들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센터(EPPC) 헨리 올슨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프랑스, 네덜란드 정부의 비타협적 정책을 거론하며 “포퓰리즘 시대를 헤쳐가려면 실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정계#극우 바람#핀란드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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