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져” 멕시코, 198년 만에 첫 여성 대법원장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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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3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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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 멕시코 대법원장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 멕시코 대법원장
멕시코에서 약 200년 만에 첫 여성 대법원장이 탄생했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11명으로 구성된 대법관 표결을 거쳐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관(64)이 멕시코 대법원장으로 선출됐다. 1825년 멕시코 대법원이 문을 연 후 198년 만이다.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원장은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던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했다. 이어 “저는 법적·도덕적 책임과 의무, 헌신의 정신으로 사법부를 대표할 것”이라며 “저는 또한 여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그들과 동행하며 지원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원장은 멕시코국립자치대학(UNAM) 법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사법수사연구소를 거쳐 1992년부터 판사로 재직했다. 그러다 2015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됐다.

멕시코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2위 경제 대국이다. 다만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된 여성은 없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등 여성 지도자가 나왔던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적었던 편이다. 반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48%(2021년 기준)로 높은 축에 속한다.

한편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멕시코 안팎의 언론은 첫 여성 대법원장 탄생이 멕시코 여성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도 여성 혐오 범죄가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딸이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됐던 예세니아 사무디오가 2020년 9월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딸이 여성 혐오 범죄로 살해됐던 예세니아 사무디오가 2020년 9월 14일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멕시코 내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에만 멕시코에서 살해된 여성이 1000명이 넘고, 실종된 여성은 2800여 명에 달한다. 2020년 이후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로 가정폭력이 급증했다. 멕시코의 성평등지수는 2021년 기준 75위(한국 15위)에 머물고 있다.

멕시코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이날 “에르난데스는 ‘낙태 처벌 위헌’ 등을 끌어낸 바 있다”며 “양성평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행보에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원장이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피냐 에르난데스는 진보적인 성향이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여러 번 강조해왔다”며 “여러 이슈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과의 마찰을 불사하며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원장과 함께 유력한 여성 후보로 거론됐던 야스민 에스키벨 대법관은 1987년 학사 학위 취득 과정에서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표심은 피냐 에르난데스 대법관에게 기울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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