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바이든에 맞서 ‘반도체 투쟁’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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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대회]“핵심기술 난관 결연히 승리할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요한 핵심 기술의 난관 돌파전에서 결연히 승리하겠다”고 밝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차단에 맞서 ‘반도체 투쟁’을 선언했다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집권 3기에 미중 간 첨단기술 패권 경쟁 격화를 예고했다고 풀이했다.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 자강 실현을 가속화하고 국가 전략의 수요를 지향점으로 삼아 원천 과학기술 난관 돌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7일 “시 주석이 첨단 과학기술 발전으로 (미국과의) 핵심 산업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며 “전 세계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의 첨단기술 능력을 억제하고 대만 군사 활동을 억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도전에서 승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대회 개최 직전인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규제 확대를 거론하며 “향후 10년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이 이달 초 발표한 고강도 반도체 수출 차단 정책에 따라 중국 내 미국 반도체 인력들이 줄줄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시진핑, 美 반도체 규제에 “결연히 승리”… 패권경쟁 격화 예고


美에 ‘반도체 투쟁’ 선언
習 “과학기술 자립-자강 가속화”… 中 자체 첨단 반도체 개발 강조
전문가 “美-中 충돌 전방위 확산… 향후 5년 가장 위험한 시기될수도”
中 반도체 8월 생산량 최대폭 감소… 애플 구매 보류-美인력도 대거 이탈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 자강 실현을 가속화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중요한 핵심 기술의 난관 돌파전에서 결연히 승리해야 한다. 국가 전략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당대회 직전인 1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상위 외교전략 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겨냥해 “핵심 기술의 담장을 높이겠다”고 선언하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서 시 주석은 중국 자체적인 첨단 반도체 개발을 패권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충돌이 전방위적으로 격화될 것”이라며 “(시 주석의 집권 3기인) 향후 5년간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 中, 8월 반도체 생산량 전년 대비 25% 감소
실제 시 주석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혁신 시스템을 개선하고 혁신을 국가 현대화 건설 과정의 핵심 지위에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공산당의 일당통치로 ‘중국식 현대화’를 이뤄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시 주석이 중국 자체 첨단 반도체 개발을 위한 혁신을 중국식 현대화의 핵심 요소로 내세운 셈이다.

시 주석의 업무보고에는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 특히 외부 세력의 위협과 억제, 봉쇄, 극한 압박에 직면했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시 주석이 ‘위협(訛詐)’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시 주석이 기술과 혁신을 강조한 것은 글로벌 기술 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SCMP는 “중국은 앞으로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국이 규제하는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며 과학과 기술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미국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바이든 대통령의 첨단 기술 배제를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앨프리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시 주석은 세계 질서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미중 충돌이 격화될 것이며 (미중 간) 긴장감이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3429억 위안(약 6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펀드의 고위 관계자 7명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숙청됐다.

올해 1∼8월 중국의 반도체 칩 생산량은 2181억 개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8월 생산량은 24.7% 감소했다. 중국 당국이 반도체 생산량을 월별로 집계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 애플, 中 국영기업 반도체 구매 계획 보류
애플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TMC)로부터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구매하기로 했던 계획을 보류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이 이달 초 발표한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 YMTC 등 중국 기업 31곳이 포함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중 YMTC를 탑재한 뒤 아이폰에 필요한 낸드플래시의 40%를 YTMC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중국 내 미국 반도체 인력들의 중국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미국인(US persons)’이 중국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거나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덱스터 로버츠 선임연구원은 “핵심 기술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라는 시 주석의 요구는 과학기술 혁신이 핵심 요소”라며 “하지만 이는 미국 주도의 제재로 인해 엄청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시진핑#바이든#반도체 투쟁#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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