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뛰고, 월급 줄고… 고환율-고물가 ‘이중고’에 신음하는 교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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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일리노이주 한 주립대학에서 유학 중인 김모 씨(24)는 신학기 등록금을 아직 내지 못했다. 환율이 12일 1310원대까지 오르자 3만 달러에 이르는 학비를 선뜻 환전하기 어려워진 것. 환율이 1115원대이던 지난해 7월 약 3400만 원이던 학비는 1년 만에 3900만 원으로 뛰었다. 김 씨는 이날 통화에서 “매달 환율이 떨어지길 바라며 학비를 달마다 나눠 지불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며 “8월 1일까지는 첫 달 치를 내야 하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환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당장 현금이 필요한 유학생과 주재원, 교민 사업가 등은 비상이 걸렸다. 원화 구매력이 하락하는 고환율과 세계적 물가 급등의 고물가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름하고 있다.

김 씨는 한국의 부모님에게서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미국의 높은 물가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대학교 근처는 월세가 1500달러 이상인데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은 1000달러까지 떨어진다”며 “월세를 아끼려고 도시 외곽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미국 주재원 A 씨도 원화를 기준으로 월급을 받고 있어 “월급이 사실상 1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세 끼를 사 먹으면 최소 30달러는 든다. 외식을 끊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 집에서 만들어 먹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수입이 끊겼다가 2년 만에 여행상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고환율로 손해가 불가피하다. 현지에서 경비를 달러로 지출해야 하지만 여행상품 판매 시점보다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여행사무소를 하는 송기화 대표는 통화에서 “4월 달러당 1250원에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팔았는데 (12일) 1310원을 넘어섰다”며 “환율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고 한숨지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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