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포위 공격 집중된 마리우폴은 “지옥”…탈출 주민들 증언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6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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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러시아군의 포위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은 지옥같은 현장이라고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구 40만명의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를 당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망자가 2500명이 넘는다고 발표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의 참사가 빚어지는 현장이다.

이 때문에 마리우폴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민들을 안전하게 피난시킬 수 있는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측과 협상하는 등 노력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자 마리우폴 시당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민간 차량 2000여대를 동원해 이틀동안 2000~3000여명의 시민들을 피난 시켰다. 러시아군은 이들의 행렬을 위협하기 위해 저공비행 했지만, 공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식품, 식수, 난방, 전기없이 생활하는 마리우폴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물자를 실은 차량 행렬은 마리우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피난민들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마리우폴의 참상을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CNN에 따르면 2000여대의 민간인 차량이 16일 마리우폴을 떠났으며 이날 오후 2시쯤(현지시간) 2000여대가 추가로 출발하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마리우폴 시당국이 밝힌 것으로 전했다.
마리우폴에서 230여 km 떨어진 자포리지야 지역으로 피산한 리디아는 집주변에 러시아군 폭격이 집중돼 떠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하실에서 모두 60여명이 2주 동안 대피하면서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아파트에 갔었다면서 “마리우폴은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주민 스비틀라나는 “어제 마지막 식품점이 폭격을 당했다. 도무지 살아갈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WP는 마리우폴은 시신이 넘쳐나고 구덩이를 파고 여러 시신을 함께 묻는 집단 매장이 이어지고 도로 위에는 방치된 시신이 있다고 전했다.

WP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전화, 급히 촬영된 동영상, 현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전언, AP 통신 기자의 사진 등을 통해 전하는 재난 소식만으로도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다면서 여러장의 사진과 함께 현장소식을 전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피터 모러위원장은 “마리우폴 주민들이 몇 주째 생사를 넘나드는 악몽같은 현실에 맞닥트려 있다”면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전했다. 현지에는 ICRC 직원들도 남아 있다.

한 마리우폴 시민은 13일 동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공개하면서 “도심지는 고기분쇄기 같은 모습이다. 땅은 피로 흥건하고 슬픔과 절망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미 조지타운대 안보 및 첨단기술센터 시가전 전문가 리타 코아에브는 “우크라이나는 시리아나 체첸과 다르다는 말이 있지만 마리우폴을 보면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최근 몇 십년 동안 벌였던 시가전을 보면 특히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면서 “저항을 누르고 승리하기보다 폐허 위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보급 문제와 낮은 사기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공군력과 대포로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리우폴 도심지 곳곳에는 마구잡이로 쏜 포탄이 터지면서 생긴 깊이 6m의 분화구가 곳곳에 있다.

마리우폴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나무를 잘라 장작으로 쓰고 눈을 녹이거나 난방 배관을 뜯어 식수를 얻고 있다. 수퍼마켓은 이미 모든 상품들이 동이 난 상태다.

마리우폴의 ICRC 책임자 사샤 볼코프는 “전쟁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건물이 무너지고 파편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이런 속에서 주민들이 지내고 있다”고 했다.
미 NPR라디오와 전화 통화를 한 마리우폴 시당국자는 “모든 것이 파괴됐다. 2차대전 전쟁 영화에 나오는 폐허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 국경에서 60km도 채 안떨어져 전쟁전에는 왕래가 활발하던 도시다. 그런 도시를 러시아군이 집중 포격을 가하는 이유에 대해 국제위기그룹(ICG)의 올가 올리커는 “이 전쟁에서 누구도 완전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모두가 생각한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외정책 연구소 연구원이자 전직 해병 장교였던 롭 리는 “마리우폴은 예외적”이라면서 아조프 대대가 마리우폴에 있는 것이 러시아군이 집중 포격을 가하는 이유라고 추정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민병대로 전투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아조프 대대를 섬멸했다고 말해야 푸틴이 전쟁 목적으로 주장한 “탈나치화”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이 도시로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체첸 침공시 그로즈니에 하루 3만발의 포탄을 쏟아부었으며 시리아에서는 알레포 지역의 일부를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만든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마리우폴의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군사분석가들이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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