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변한 멕시코 복권 1등 당첨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4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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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남부 오코싱고의 한 작은 어린이집이 지난해 2000만 페소(11억2000만원)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 당첨금을 공동 관리하는 이 어린이집 원아들의 부모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악몽으로 변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린이집은 24명이 넘는 원아들의 부모들에게 당첨금의 공동 관리를 맡겼는데, ‘로스 페툴레스’라는 지역 갱단이 당첨금으로 총을 구입해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협박했고, 이를 거부하자 학부모가 갱단으로부터 총격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가족들은 갱단을 피해 마을을 떠나 힘들게 살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갱단의 폭력 사태가 만연해 있으며 무장단체들은 영토 장악을 위해 경쟁자들과의 싸우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의료 서비스 개선 등 공공사업 추진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려 계획했었지만 이 계획 실행이 불가능해져 보류되면서 이른바 ‘대통령 전용기 복권’을 팔아 기금을 만들었다.

600만장의 복권이 장당 500페소(약 2만8000원)에 팔렸다. 100명에게 주어지는 당첨금은 2000만 페소로 멕시코 복권 사상 최고였다.

상당수의 복권들이 익명의 후원자들에 의해 구매돼 멕시코 전국의 가난한 학교와 어린이집 등에 기부됐다.

2020년 9월15일 복권 추첨이 이뤄져 100명의 당첨자 명단이 멕시코 언론에 보도됐다. 오코싱고 마을의 어린이집도 여기에 포함됐다.

복권 당첨은 처음에는 축하할 일이었지만 곧 문제가 시작됐다. 경쟁 집단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 ‘로스 페툴레스’ 갱단이 그들을 위한 총기 구매에 당첨금을 사용하라고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를 거부했고, 어린이집의 지붕을 고치는데 당첨금 일부를 사용했다. 이들은 당첨금의 나머지도 마을 개선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갱단이 마을의 여성과 아이들을 공격해 28가구가 피난에 나서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마을의 소, 집, 냉장고, 옥수수와 콩 수확물, 닭 등을 잃는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아을 주민들은 지역 당국에 그들의 곤경을 호소하고 있지만 갱단이 무장해제되고 해산되지 않는 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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