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장악 3개월…경제난·테러에 정권 지속 의문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14일 0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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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지 3개월이 흘렀다. “아프간은 해방됐다”며 집권을 자축했지만, 3개월이 흐른 현시점에서 국내 상황은 최악을 치닫고 있다.

가장 심각한 지점은 바로 경제난이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여러 국제기구들은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붕괴를 예견했었다. 탈레반 집권 이전에도 각종 부정부패와 국가 시스템 미작동으로 경제난이 심각했던 아프가니스탄은 미국과 유럽의 원조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탈레반 집권 이후 세계통화기금(IMF)이 자금 지원을 끊고 자국 통화인 ‘아프가니’ 마저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외적으로 아프간 경제는 곧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전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금융 시스템과 무역이 마비되면서 밀가루와 기름 같은 기본 생필품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미 아프간인의 95%가 식량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WFP는 4000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 인구 거의 전체가 앞으로 몇 달 안에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아동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이달 초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수개월 안으로 5세 미만 영유아 300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부모들의 팍팍한 삶 속에 아동들은 매매혼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CNN은 아프간 구르주에 사는 한 부모가 갚지 못한 빚 때문에 10세 소녀가 70세 남성에게 팔려갈 상황이 보도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아프간 경제난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식량난은 물론 에너지난까지 겹치며 동사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WFP는 아프간 현지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호품 조달은 물론, 당장의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현금 지원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명확하다. 대규모 원조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유엔에선 10억 달러(약 1조 1752억 원)의 아프간 원조 기금 마련을 약속했지만 약속한 기금의 절반도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는 게 유엔인도주의조정국의 설명이다.

끝나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도 아프간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아프간 동부 이슬람 사원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낭가르하르(州) 스핀가르 지역내 시아파 사원에서 금요 합동 예배 중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8일과 15일에도 각각 북부 쿤드즈와 남부 칸다하르에서 자폭테러가 발생했다.

테러 배후는 탈레반과 적대적인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호라손(IS-K)로 지목되고 있다. IS는 미국과 평화 협상을 체결한 탈레반을 배신자로 여기고 끝까지 처단에 나선다는 입장이라 당장의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전망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긴 했지만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전 지역을 장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IS-K는 파키스탄과 이어지는 낭가하르주 통상로를 장악, 병력과 보급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곳은 험준한 산악지대라 탈레반 역시 무력화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당장 급한 경제난과 치안에 가려있지만 애초에 우려됐던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여성 인권 신장 활동을 하던 프로잔 사피(29)가 끝내 탈레반에 피살됐고, 아프간에서 탈출한 전직 여성 경찰에 대해서는 수배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삼중고에 빠진 탈레반은 아프간 내에서 정권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에 빠진 상황이다. 당장 동결된 자산을 찾기 위해선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프간의 겨울은 혹독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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