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합참차장 “中 무기개발 속도 충격적…곧 美-러 따라잡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9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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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며 관련 움직임을 우려한 데 이어 존 하이튼 합참차장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를 두고 “충격적(stunning)”이라고 했다. 국방부(펜타곤)의 관료주의와 ‘실패에 대한 공포’ 때문에 미국의 첨단기술 개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내놨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북한을 ‘위험과 실패를 감수한 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하기도 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하이튼 합참차장은 2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움직이는 속도는 충격적”이라며 “이 속도와 궤적대로라면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현실화될 것이다”며 “이는 게임(의 판도)을 바꾸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 뿐 아니라 우리 동맹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 혼자서 대응할 경우 5년 안에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지만 동맹들과 함께 한다면 한동안 괜찮을 수 있다”며 동맹국들과의 협력 및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하이튼 합참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이 수백 회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반면 미국은 9회밖에 하지 않았다. 그는 “한 자리 횟수 대 두 자리 횟수의 차이는 좋지 않다”며 “다만 이는 우리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느리다는 게 아니라 개발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발사 실패에 대해서는 “학습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에서 배워야 빨리 실패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빨리 전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군을 지배하고 있는 ‘실패에 대한 공포’는 중국 같은 경쟁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의 실패한 시험발사를 통해 개발에 속도를 내는 법을 배웠다며 북한을 사례로 들었다. “그(김정은)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실패했을 때 그의 아버지와 달리 이들을 처형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들을 격려하며 실패에서 배우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한 뒤 그들은 해냈고, 그렇게 해서 전 세계에서 경제 순위 118위에 머물고 있는 국가가 ICBM 역량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2016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의 잇단 시험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 달리 담당자들을 숙청하지 않았던 것을 하이튼 차장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7년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하자 개발 담당자를 직접 업어주는 파격적인 모습을 공개하는가 하면, 무기개발 담당 과학기술자들에게 평양의 초고층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각종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하이튼 합참차장은 중국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 의도나 타깃이 일부만 대만과 관련이 있을 뿐 더 크게는 “미국에 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 내부의 관료화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가 가까스로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국방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관료주의적이고 느리다”며 “우리가 원한다면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관료주의는 무지막지하다”고 했다. 관료주의 외에 의회, 언론도 개발 속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로 들었다. “언론이 발사 실패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기사화하면 의회가 문제를 검증한다며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결국 2년 정도 개발 작업이 중단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의 가장 임박한 위협으로는 “그래도 아직은 중국이 아닌 러시아”라는 의견도 밝혔다. 러시아는 1500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중국의 보유량은 아직 러시아의 20% 수준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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